전자유통의 메카로 자리해온 용산전자단지에 빈 매장이 급속히 늘고 있다. 나진상가·전자랜드·관광버스터미널 등 용산 단지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유통사들이 선호했던 이들 상가는 최근 몇달째 빈 매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은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유통업체의 판매 전략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투자를 급격하게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빈매장 계속 늘어=컴퓨터 전문 선인상가는 지난해까지 빈 매장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으나 지금은 유동 인구가 많은 2층을 제외하고는 빈 매장이 급속히 늘었다. 1, 3, 4층에는 장기간 셔터가 내려진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등 이곳에서만 60여개의 매장이 임대주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고객지원센터를 비롯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조립PC 고객 상담을 위해 마련했던 MSB 존 등 고객서비스센터까지 철수하면서 매장 공동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1호선 지하철과 연결돼 고객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관광버스터미널상가도 지하 1층 5∼6개 대형 매장이 입주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 2∼4층에도 구석진 매장을 중심으로 빈 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용산 단지 중에서도 가장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하는 전자랜드도 신관과 지하층을 중심으로 빈 매장이 몇달째 방치되고 있다.
◇오프라인사업 축소가 원인=용산단지내 빈매장이 늘고 있는 것은 중소 소매업체를 중심으로 상가유통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매달 1∼2개씩 유통사가 부도로 쓰러지는가 하면 10년 이상 영업을 해 온 매장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오프라인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주요 소매업체가 판매의 중심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도 매장 공동화의 원인이다. 용산단지에서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컴퓨존의 경우 선인상가의 물류센터와 서비스센터, 오프라인 매장 등을 크게 축소시키는 대신 온라인 유통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전체 판매량 중 온라인 판매 비중이 80%대까지 치솟음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지는 매장 운영을 크게 줄인 것이다.
◇시설주의 대책 시급=서울 각 지역에 대규모 전문몰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기존 집단상가의 매장 공동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초 김포공항을 리모델링해 ‘테크노 스카이시티’가 들어선 것을 비롯해 내년에는 용산 민자역사내에 ‘스페이스 나인’이라는 대형 쇼핑센터가 오픈할 예정이다. 매장 수요는 정체 또는 감소하는 반면 공급은 지속 늘어나 수급 불균형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시설주나 상인단체들의 대응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빈매장으로 상가의 가치와 인지도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설주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