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평판TV]소자업체 고유영역 사라진다

 평판 TV시장을 둘러싸고 TV업체간의 경쟁이 뜨거운 만큼 소자간의 경쟁도 이와 못지 않다.

 PDP, LCD, 프로젝션 TV에 들어가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MD) 등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30인치 이상은 PDP와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30인치 이하에서는 LCD가 고유 영역을 지키면서 서로 공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LCD업계가 30인치를 하나의 원판에서 8장 이상 얻을 수 있는 6세대, 40인치 제품을 6장 얻을 수 있는 7세대에 잇달아 투자하면서 이들 소자간의 격돌은 불가피해졌다. 이미 일부 세트업체들은 LCD의 한계로 지적돼온 40인치대를 넘어선 42인치, 46인치 LCD TV까지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AM LCD 사업부장인 이상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50인치대를 넘어 60인치대에서도 LCD가 PDP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LG필립스LCD의 구본준 사장도 올해초에 “50인치까지도 LCD가 유리하다”고 밝힌 바 있다. LCD업체들은 현재 LCD TV용 패널 재료비의 40%를 차지하는 백라이트유닛, BLU 등의 재료비를 낮출 경우 2005년에는 인치당 재료비가 50달러 이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낮은 전력 소모, 오랜 수명, 높은 해상도 등의 장점은 당분간 PDP가 못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PDP업체들은 LCD업계가 40인치대로 뛰어들 경우 자신의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삼성SDI의 김순택 사장은 지난 7월 IR행사에서 “LCD업체들이 혹시라도 2005년에 인치당 재료비를 50달러로 낮출 경우 우리는 더욱 재료비를 낮춰 대응할 계획”이라며 “대형 인치에서 PDP의 우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PDP업체들이 이처럼 자신하는 이유는 같은 대형 사이즈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금이 PDP가 LCD의 절반에 불과하며 재료비 비중에서 PDP의 경우 회로 비중이 58%로 높아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데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라이트를 통해 영상을 구현하는 LCD와 달리 PDP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능동형 디스플레이로 더욱 감성적인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데다가 앞으로도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제로 수명, 전력 소모 등의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업체들도 시장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DLP(Digital Lighting Processor)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TI측은 “프로젝터 시장이 올해 역신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프로젝션 TV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대형 디스플레이로 장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DLP, 마이크로디스플레이용 LCD, Lcos 등의 소자 성능은 빠른속도로 향상되고 있으며 가격도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공존의 룰이 깨어진 만큼 이제 누가 더 빨리 더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내놓느냐에 따라 생존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존의 시간은 어쩌면 차세대 LCD라인이 가동되는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