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평판TV]TV 패러다임 `채널 변경`

 70년대와 80년대 사회를 구분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는 컬러TV의 보급이다.

 흑백의 명암으로 모든것을 구분했던 70년대 흑백TV시대에서 1980년, 컬러TV가 본격 보급되면서 국민들의 시각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기 시작했다. 컬러TV는 단순히 국내방송, TV관련 산업만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눈은 이미 컬러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었고 그것에 맞춰 패션, 미용, 디자인, 가구 등의 산업들도 컬러풀해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만 했다.

 ◇브라운관 탄생 70년만에 바뀌는 디스플레이산업= 컬러TV가 보급된지 2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다가오고 있다. 70여년간 소비자들의 안방과 거실을 지켜온 브라운관을 대체하는 평판 디스플레이시대가 열리고 있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액정디스플레이(LCD), 프로젝션 등으로 일컬어지는 평판디스플레이는 브라운관TV의 한계점으로 지적돼 온 30인치이상의 대형화문제와 설치공간제약을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TV다. 최근에는 70인치대 PDP까지 개발됐으며 두께는 10mm에 불과하다. 불과 수년전만해도 PDPTV, LCDTV, 프로젝션TV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 그리고 브라운관TV에 비해 어두운 화면, 좁은 시야각, 과다 전력소모 등은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디스플레이업체들의 노력은 이러한 벽을 하나둘씩 허물기 시작했다. PDP의 경우 밝기가 불과 1년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밝아졌고 같은색에서 윤곽을 구분할 수 있는 지표인 색대비비도 3배 가까이 향상됐다. LCD의 경우는 더욱 눈부시다. 한계로 여겨졌던 20인치 벽을 허문지는 1년이 지나가며 이제는 40인치대 제품을 넘어 50인치대로 나아가고있다. 물론 잔상을 유도하는 느린 응답속도, 좁은 시야각 등의 문제도 이제는 문제점으로 지적되지 않는다. 프로젝션 TV는 LCD프로젝션, DLP 등 뛰어난 마이크로디스플레이의 등장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제 평판TV는 품질상으로 브라운관TV의 성능에 근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브라운관TV의 한계였던 대형사이즈 제품은 물론 30인치이하의 소형제품에서도 평판TV의 약진을 지켜볼 만 하다”고 지적했다.

 ◇거대시장으로 성장하는 평판TV= 평판TV 시장은 가히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70만대 규모의 PDPTV 시장규모는 4년뒤인 2007년에 600만대로 8.5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170만대에서 2007년에는 8배 가까이 성장한 130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아이서플라이는 LCDTV의 경우 올해 300만대에서 2007년에는 2750여만대 규모로, 프로젝션TV는 올해 500만대에서 2005년 620만대를 정점으로 2007년에는 600여만대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평판TV에 디지털방송 수신이라는 황금의 양념이 곁들여지면서 해마다 80%에 가까운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황금시장으로 부상하는 평판TV시장을 둘러싸고 국가간·업체간 경쟁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델, HP, 게이트웨이 등 IT업체마저 시장에 잇달아 참여, TV의 원조국가인 일본과 신흥명가로 부상중인 국내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게이트웨이는 LCDTV, PDPTV에 이어 최근에는 프로젝션TV까지 판매를 시작했으며 델은 17, 23, 30인치 LCDTV를 내놓고 평판TV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별도의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과 전화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다이렉트모델로 전세계 PC시장을 석권한 델의 시장진출은 TV시장 판도 뿐만 아니라 유통채널의 변화까지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 마쓰시타, 샤프 등 수십년간 세계 가전시장을 석권해온 일본업체들은 출발은 다소 늦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최근 전력을 가다듬고 평판TV 시장석권을 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TV에 대한 오랜 경험과 높은 브랜드명성이 최대의 자산이다. 소니의 경우 소자부문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존심을 숙이고 삼성과의 LCD합작사를 설립키로 발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내 전자산업의 새전기가 될 평판TV=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을 비롯한 국내 전자업체들은 평판TV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파급력이 큰 세트부문에서 1등을 할 경우 해당 기업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국내 전자산업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TV판매대수 기준으로 작년부터 1위를 달성중이나 디지털TV, 평판TV 등 고부가 제품에서 1위에 올라야 진정한 1위라고 판단하고있다. 이 회사는 이미 LCDTV의 경우 2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중이며 미국의 3000달러이상 고가 프로젝션TV시장 등에서도 1위를 기록중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인 신만용 부사장은 “2005년에 디지털 TV시장에서 20%의 점유율로 1위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또 저가전략이 아닌 고가전략을 통해 프리미엄이미지를 굳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2005년에 글로벌 톱3 이내, 2007년에는 글로벌 2위권 내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R&D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디지털 TV칩셋 등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고성능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최근 PDP, LCDTV, 프로젝션TV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예전의 영화를 살리겠다는 목표다. 국내업체들은 자사 혹은 계열사에 LCD, PDP 등 관련 소자업체들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데다가 디지털TV 제품은 일본업체보다도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1위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구비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여전히 극복해야할 과제다. 국내업체들이 가전과 IT로 나누어졌던 기존의 전자산업을 하나의 울타리로 끌어내는 평판TV시장에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