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시 불법 비자금 `한파`

LG이어 삼성도 조사 투자심리 `꽁꽁`

 ‘LG에 이어 삼성까지’

 불법자금 수사가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지난주 LG홈쇼핑에 대한 압수수색과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로 분위기가 흉흉했던 국내 증시는 이날 삼성전기에 대한 수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차례 더 충격을 받았다. 이날 거래소 시장은 17.13포인트(2.22%) 하락, 753.6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이날만 4.07%나 폭락하는 등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타격이 더 컸다.

 불법자금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안 수사부는 이날 오전 10시경 삼성전기와 하청업체인 동양전자에 대해 비자금 조성의혹 혐의로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같은 소식이 증권가에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LG에 이어 삼성그룹도 불법 비자금 조성이 이뤄졌을 것이란 판단속에 주식을 내다 팔기에 바빴다. 외국인들은 오전장 후반까지 순매수를 유지했지만 삼성전기 문제가 불거지자 ‘팔자’로 전환, 180억원 규모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과 LG그룹주들은 이날 동반 급락했다.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삼성전기는 6.72% 하락했고 삼성전자와 삼성SDI도 각각 2.74%, 2.53% 내렸다. 삼성테크윈도 4.55% 내리는 등 삼성 그룹주 전반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LG관계사 주가도 지주회사격인 LG가 6.77% 하락했고 LG전자와 LG텔레콤이 4.07%, 5.86% 내렸다. 미리 충격을 받은 LG홈쇼핑도 2.92% 내렸다. 금융권 부담이 부각된 삼성증권과 LG투자증권도 각각 7.60%, 13.71%나 급락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LG에 이은 삼성에 대한 수사는 국내 시장에서 투자심리를 크게 압박할 요소로 풀이된다”며 “불확실성이 당분간 시장을 짓누를 것으로 예상되며 무엇보다 빠른 결과 도출을 통해 내용을 정확히 알려 주는 것이 투자심리 안정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별로 연말과 내년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놓는 보고서가 많았다. 미 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고 국내 내수 부진도 어느정도 바닥을 다졌을 것이란 근거에서였다. 하지만 해외 테러 위기 증가와 환율 상승, 국내 대기업들의 연이은 악재가 불거지면서 이같은 논의는 당분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일부에서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가능성이 국내 기업 전반에 대한 신인도 하락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투자자문사 BIBR인랩의 신동준 이사는 “LG카드 문제에다 삼성전기의 압수수색 등으로 투자심리 위축으로 주가가 급락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국인이 소극적 대응을 보이는 등 주가의 상승전환에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