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지난 15일자로 입법예고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국내 가전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고 자원의 낭비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분양가 산정시 빌트인 가전제품을 제외토록 하고 입주예정자가 원할 경우에는 선택품목, 즉 플러스 옵션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플러스 옵션제로 할 경우 입주자가 불필요한 시설품목에 대한 비용을 강제로 부담하는 일이 없어져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기존에 사용하던 가전제품이 있을 경우 추가 설치가 불필요해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건교부의 이같은 시각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과연 빌트인 제품들이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높은가, 또 건교부의 주장대로 빌트인 제품을 플러스 옵션제로 전환했을 경우 분양가 인하 효과가 기대했던 만큼 나올 것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플러스 옵션제에 대한 업계 반응과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건교부 ‘분양가 인하효과 커’=건교부에 따르면 선택품목을 일반 분양가에서 제외할 경우 평형에 따라 평당 최대 45만∼80만원 정도의 분양가 인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부담의 감소는 소비자들이 선택품목을 얼마나 선택하냐의 문제지만, 소비자가 종전의 옵션 품목을 모두 선택하더라도 최소한 취득세·등록세의 절감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교부가 밝힌 선택품목 추정가액은 33평의 경우 1500만원, 43평 2100만원, 53평 3400만원 등이다.
◇건설업계 ‘아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건교부의 주장처럼 평당 80만원의 상승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중소형 아파트에서는 평당 20만∼35만원 정도 상승하는게 대부분”이라며 분양가 인하효과가 건교부 주장처럼 크지 않다고 강조한다.
반면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품질이 낮아지고 옵션을 선택하면 비용이 더 들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의 이익을 덮어두고 분양가 인하만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똑같은 제품을 입주해서 개별적으로 구매, 설치하려면 시공비까지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건교부의 주장처럼 평당 80만원의 상승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중소형 아파트에서는 평당 20만∼35만원 정도 상승하는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빌트인=부풀리기’인가=건설업계와 가전업계는 빌트인 제품이 마치 ‘분양가 인상의 주범’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분양 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빌트인 제품의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반영해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폭리수준’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량구매로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줄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강조한다.
가전업계는 플러스 옵션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분양가 공개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빌트인 제품을 기본 규격으로 해 입주시 몸만 들어가는 형태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고, 입주후에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으로 꾸미길 원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플러스 옵션제가 당초 취지대로 분양가 인하 효과를 거두려면 어느 경우가 됐든지 분양원가가 공개됨으로써 분양에 따른 불신이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러스 옵션제란=분양가 산정시 가구·가전제품·위생용품 등을 제외토록 하고, 입주 예정자가 원할 경우에만 선택품목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건교부는 주택공급을 위한 입주자 모집시 신청자격·분양가격·입주예정일이 포함된 공고안을 구비해 시장 등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시장 등이 승인전에 분양가격에 선택품목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한후 입주자 모집을 승인하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빌트인 가전 시장은 수주액 기준으로 6000억원 정도. 내년에는 1조원, 2005년에는 2조원, 2007년에는 5조원의 거대 시장이 예상됐다. 플러스옵션방식이 도입되면 이같은 성장률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 `플러스 옵션제` 추진배경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 김종신 사무관
건설교통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올해 안에 아파트 건설시 플러시 옵션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플러스 옵션제란 아파트 건설시 기본품목은 일반분양가에 포함시켜 설치토록 하고, 추가품목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옵션계약을 하여 설치토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아파트 건설시에 가전제품·가구제품·위생용품 등 옵션품목에 해당되는 제품을 건설업체가 일반분양가에 포함시켜 일괄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옵션품목을 분양가에서 제외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 옵션계약을 체결하여 설치토록 하자는 것이다. 즉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해당품목은 사업계획 승인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거실장· 옷장 등의 가구제품, 식기세척기·냉장고 등의 전자제품, 안마샤워기·비데 등의 위생용품 등이 해당되며, 설치가 필요한 소비자는 사업자와 옵션계약을 하고, 사업자는 신청세대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설치를 하게 되므로 비용이 늘어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선택품목을 일반분양가에서 제외하면 평형에 따라 최대 약 45∼80만원 정도의 분양가 인하가 예상되나, 실질부담의 감소는 소비자의 옵션품목 선택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종전의 옵션품목을 모두 선택하여 설치하더라도 입주자는 최소한 분양가에서 제외되는 금액의 약 5.8%에 해당하는 취득세·등록세의 절감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 빌트인 논란 해법은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 김자혜 사무총장 jhkim6194@hanmail.net
기업의 아파트 분양가 부풀리기 현상의 여러 가지 주 원인 중에 하나가 빌트인 시스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 모임이 주장한 것은 빌트인 시스템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빌트인 시스템을 설치한다는 이유로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올리는 빌미로 삼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아파트 견본주택 주방의 고급스런 빌트인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편리성을 제공하고 있다. 붙박이 수납장,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가스레인지, 쌀통 등의 다양한 빌트인 가전제품과 안마샤워기, 비데 등의 위생용품의 설치는 소비자들의 주거에 대한 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측면도 있으며, 소비자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분양가에서 빌트인시스템의 비용을 어느 정도 포함시키는지 그 원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분양가는 분양가대로 지불하고도 또다시 플러스 옵션제로 인해 이중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시중에서 90만원 정도 하는 세탁기를 설치한다고 가정해 보면, 30평형 아파트를 평당 가격으로 계산하여 반영되는 가격은 3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얼마로 계산하여 분양가에 포함시키는지 알 수가 없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있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도 개인 소비자와 기업이 주문, 구입하는 가전제품 가격이 비교가 되겠는가. 당연히 기업의 빌트인 시스템의 가격이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이라는 권리가 있다. 좀 가격이 비싸더라도 빌트인 시스템 설치를 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가격을 따지기 이전에 본인이 사용하던 가전제품을 그대로 사용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지, 이제 와서 빌트인 시스템 자체를 없애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리성을 오히려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플러스옵션제가 실시되면 분양가가 평당 45만∼80만원정도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재도 거품가격인 플러스옵션제를 제대로 시행하여, 분양가의 인하 효과를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검증하고 그 타당성을 평가할 것인가.
정부는 건설업계로 하여금 아파트 분양가의 원가 공개를 통하여 실제로 들어가는 건축비를 밝히게 하고 그중에서 빌트인 시스템이 차지하고 있는 비용을 부풀리지 못하도록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 빌트인 시스템 자체를 없애기 보다는 빌트인 시스템을 이유로 분양가 올리는 기업의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표준건축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부풀려진 분양가를 내리게 하고 빌트인 시스템이라는 명목의 거품 가격도 내리게 해야 할 일이다.
진정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려면 중국이나 싱가포르처럼 분양 당시에는 아파트 골조 값만 지불하고 입주시 소비자가 마감재를 고르도록 하거나 아니면 후 분양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