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새로운 게임이 있으면 다 해봐요. 웬만한 게임은 조금만 해봐도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어요. 외산 온라인게임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반면 국산 온라인게임은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레벨업 노가다를 해야 하는게...”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게임관을 펼쳐내는 하태일군(17)은 이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닐 어린 나이다. 그러나 그의 신분은 학생이 아니라 액토즈소프트 뉴비즈사업기획실 연구원.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01년 중퇴하고 아르바이트 신분이지만 2년째 이 회사에 근무중이다.
“학교요? 제게 학교는 친구들과 만나 노는 곳일 뿐이었어요. 공부는 학원에서 다하고 학교에서는 잠을 자기가 일쑤였어요. 특히 학교는 너무 강압적인 분위기여서 싫었어요.”
중학교를 중퇴하고 6개월 동안 집에서 게임만하던 그가 선택한 진로는 바로 게임이었다. 평소에 빠져 살던 게임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게임회사 게시판에 ‘열심히 배울테니 일자리만 달라’는 글을 올리고 메일도 보냈다. 수많은 업체에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을때 엑토즈소프트가 전격적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사내에서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했다. 지금은 일주일에 2∼3편의 게임리뷰 보고서를 쓰고 간혹 회의에 참석해 게임 프로젝트 진행과정 및 회의절차 등을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 해본 게임만해도 150종이 넘어 게임전문업체인 사내에서 조차 ‘게임 전문가’로 통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예요. 회사에서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특히 사내에서 게임기획이나 프로그래밍 등을 하는 형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최근에는 게임스쿨에서 게임프로그래밍과 기획 과정을 배우고 있어요.”
주변에서는 그의 최종학력이 초교졸이라는 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는 학력보다 실제능력으로 대우받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실력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게임기획자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하루라도 빨리 게임기획자가 되는 것이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회사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어드벤처형 온라인게임이나 아케이드용 미니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