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
지용희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이날 밤바람은 몹시 싸늘하고 차가운 달빛은 낮과 같이 밝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도록 뒤척거렸다. 온갖 근심이 치밀었다.’
얼마되지 않는 병력과 물자로 막강한 일본 군대와 외롭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순신 장군의 처지를 잘 말해주는 ‘난중일기’의 한 대목이다. 그러나 장군은 악조건에도 좌절하지 않고 역사상 유례가 없는 17전 17승을 이끌어냈다.
‘이순신 경영학’강의로 화제를 모았던 서강대 경영학과 지용희 교수가 약 7년간의 기획과 답사, 조사와 집필을 통해 완성한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애를 통해 무한경쟁시대 경영기법과 생존전략을 이끌어 낸 책이다.
저자는 “세계적인 외국기업과의 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기업 경영자는 물론 경제적 어려움과 근심때문에 밤을 지새우는 서민들이 많다. 그러나 좌절하지말자. 이순신 장군을 벤치마킹하면 경제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무력전이든 경제전이든 전쟁의 본질은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1세기 무한 경제전쟁시대의 생존전략을 왜 16세기의 이순신 장군에게 묻냐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사료분석과 유적답사를 통해 치밀하게 재구성한 논픽션 임진왜란을 통해 그 해답을 제시한다.
△정보수집과 활용=이순신은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기위해 남해안의 복잡한 지형과 조류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현장답사는 물론 피난민과 포로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원과 정탐선을 파견해 적의 규모와 이동상황을 세밀히 관찰했다. 충무공처럼 백전백승의 결과를 얻으려면 자신이 처한 환경을 면밀히 파악하고 자신과 상대방의 강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뢰경영=이순신은 정직하고 원칙에 충실한 몸가짐때문에 주위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출장갈 때 지급받은 쌀이 남으면 반드시 반납했고 정실인사를 거부했으며 장수로서 품위가 없다고 모함을 받을 정도로 부하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이순신은 신뢰재의 부자였던 셈이다. 저자는 “굳은 신뢰가 있어야 경쟁력있는 ‘가치창출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다”며 “정직하고 투명한 기업경영과 계약의 철저한 준수를 통해 ‘신뢰재’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끊임없는 혁신=이순신은 배를 만드는 기술자는 아니었지만 임진왜란이 터지기 전에 이미 갖가지 혁신적인 무기의 제작을 주도했다. 그는 아군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함개발에 주력한 결과 거북선을 탄생시켰다. 저자는 “현상에 안주하는 개인·기업·국가는 경쟁자에게 곧 추월당하고만다”며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을 통해 남이 쉽게 겨냥하기 어려운 목표물로 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식기반 구축과 활용=이순신은 임진왜란 7년의 와중에 일기를 써 귀중한 ‘난중일기’를 남겼다. 2539일간의 기록인 ‘난중일기’에는 전쟁에 관련된 많은 기록뿐 아니라 당시 사회상에 대한 자료까지 담고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지금같이 경쟁이 치열한 때엔 ‘아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바꿔야 한다. 아는 것, 즉 지식이야말로 지식정보화시대의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라며 저자는 지식기반 구축과 활용을 강조한다.
책은 이밖에 유비무환의 자세와 위기관리능력, 솔선수범과 인간애에 바탕을 둔 리더십, 용기와 결단, 거북선을 개발한 창의성 등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탁월한 경영원칙과 전략을 소개한다. 이순신의 이러한 정신과 전략은 오늘날의 무한 경제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실제 위대한 기업가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특징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