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배기 딸을 둔 30대의 김모 차장은 휴가 때면 가족 동반으로 외국을 찾곤 한다. 애가 두 살 이던 3년 전에는 태국 파타야를, 그리고 작년에는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
“첫 여행에서는 비행기에서 애가 울어 좀 당황했어요. 하지만 이내 분위기에 적응하더니, 작년에는 너무 재미있게 다녀왔습니다. 아이도 ‘글로벌인’으로서 감각을 갖춰가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외국계 음반직배사에서 전산시스템을 관리하는 직업 덕분에 외국 출장이 몸에 배인 김 차장. 혼자만 외국에 나가는 것이 미안하기도 해서 가족과 함께 외국 나들이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애가 어려서 주로 동남아의 리조트를 다녔는데, 내후년쯤에는 단기 코스로 유럽 배낭여행을 할까 싶어요. 본인이 직접 여행일정을 짜고 자유롭게 다니는 ‘셀프투어’ 말이에요. 다들 교육, 교육하는데 아이와 외국을 다니며 세계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해서요.”
◇‘맞춤형’ 배낭여행이 뜬다
‘배낭여행=대학생의 전유물’이라던 등식은 이제 옛 말이다. 직장인과 중고생은 물론이고, 60세 이상 노인들도 배낭여행에 나서면서 배낭여행에 연령층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들도 대학생과 별도로 이들 신규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겨울이 성수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름방학에 비하면 수요가 70%에 불과하다”며 “직장인은 실질적인 구매력이 있는 데 비해 대학생은 경기에 민감하다는 특성상, 여행사로서도 직장인 대상의 가족여행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의 여행상품을 보면 ‘맞춤형’ 배낭여행이 대세다. 항공권과 호텔만 여행사에서 예약해 주면, 나머지는 개인이 알아서 하는 자유여행이다. 원하는 경우 렌트카 예약도 된다. 직접 일정을 짜는 것은 기본. 이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고, 패키지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기본 10명 이상이 돼야 출발하는 패키지와 달리, 맞춤형 배낭여행은 한 명 이상이면 언제든지 출발 ‘OK’다.
◇인기짱 지역은 여전히 유럽
하나투어에서 내놓은 ‘셀프투어’가 대표적인 케이스. 파리 6일, 이태리일주 8일, 영국일주 8일, 프랑스·스페인 8일, 영국·프랑스 8일, 호주 브리스베인·멜버른 12일여행 등 직장인 휴가에 맞춰 6∼8일 코스가 많다. 웹투어도 직장인을 위한 자유여행으로 6∼8일짜리 독일, 동유럽, 이스탄불·아테네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다른 여행사에서도 호텔팩상품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다.
인기 명소라면 여전히 유럽이다. 날씨를 감안해서 호주, 지중해, 동남아 지역도 인기가 높다. 특히 인도는 저렴한 비용에 여행할 수 있고, 한여름에 비하면 날씨도 괜찮아 겨울철 여행지로 적극 추천되곤 한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동반되는 가족여행이라면 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동수 웹투어 해외사업총괄팀장은 “유럽도 각 지역별 특성이 다른 만큼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 순으로 계획을 세워 여행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테마가 있는 이색상품도 풍성
테마가 있는 단기 배낭상품도 다양하다. 스포츠 마니아를 위한 골프·스키·스킨스쿠버 다이버코스는 보편화된지 이미 오래다. 최근에는 여성층을 겨냥한 쇼핑·스파여행부터 창업자를 위한 일본 새벽시장 코스, 자녀와 함께 가는 역사·문화탐방, 친지방문여행, 2004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맞는 새해 해돋이 여행, 미각여행, 반딧불여행 등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카드사와 연계한 신종 마케팅 기법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전문 여행사인 웹투어는 조만간 삼성카드와 연계해 카드 예약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카드를 사용할 경우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아직은 소비성 상품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요모조모 비교하고, 계획만 잘 세운다면 충분히 경제적인 가격으로 여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년간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서도 겨울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귀띔한다.
◆이것만은 챙겨라
단기코스이건, 장기코스이건 여행길에 오르려면 챙겨야 할 것도 많다. 머나먼 이국땅을 찾는것이라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모처럼 짬을 내어 떠나는 여행인만큼, 몸과 마음을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어 놓아야한다. 없으면 불편한 물건들을 꼼꼼히 준비해보자.
△컵라면 or 햇반=식성이 까다롭지 않은 사람이라도 며칠씩 외국음식만 먹다보면 우리음식이 그리워지는 법. 컵라면이나 햇반, 튜브에 들어있는 고추장 등을 가져가는것이 좋다. 라면 대신 누룽지를 준비해 먹는 것도 별미.
△복대=외국인을 노리는 소매치기가 많으므로 조심하는게 좋다. 옷 속에 착용하는 복대도 많이 나와 있으므로 꼭 챙겨가도록 한다.
△상비약=유럽에서 약조제는 의사처방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의료보험이 없는 경우 병원비도 상당히 비싸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온 만큼, 상비약쯤은 꼭 준비하도록 하자. 외국에 처음 나가면 음식이나 물이 몸에 맞지 않으므로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고, 시차적응도 힘드므로 설사약과 수면제를 넣어간다. 특히 전시장을 돌아다녀야 한다면 맨소래담이나 물파스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워낙 전시장규모가 크고, 쉴 곳도 마땅치않기 때문이다. 또 무좀이나 치질이 있다면 약을 빼놓지 않도록 주의하자.
△한국어 여행서적=우리에게 가장 편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한국어. 한국어로 된 안내책 한 권쯤은 가지고 다니는 것이 여행을 100배 즐기기 위해서라도 좋다.
△명함=20∼30장 정도 준비해 간다. 전시장에 간다면 좀 더 넉넉히 준비하도록 한다. 또 영문으로 된 회사 소개책자가 있다면 몇권 들고가서 나눠주는 것도 회사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용카드 & 국제운전면허증=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준비하도록 한다. 호텔에 투숙하거나 자동차를 렌트하기위해 신용카드를 요구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차를 렌트하는데 편리하다. 자동차면허시험장에서 발급받으면 된다. 유의할 것은 국제운전면허증과 함께 국내운전면허증도 함께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세면도구=외국호텔에는 칫솔, 치약, 면도기, 빗 등 세면도구가 없다. 비누나 샴푸만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본적으로 준비해 가도록 한다.
◆이것만은 조심하라
어느지역에서든지 외국인은 표적(?)이 되기 쉽다. 동양인의 경우 더욱 그렇다. 무턱대고 경계부터 하는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신은 바짝 차려야한다. 외국에 나가 조심해야 할 사항들을 알아본다.
1.매너 좋은 남자
유럽, 특히 이탈리아 남자 중에는 동양여자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관광객이 많기도 하지만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꽃을 들고 숙소에 찾아오는것도 예사다.
2.집시
밤거리는 어디나 위험하다. 특히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집시는 대부분이 소매치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를 업거나 지팡이를 집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갑을 턴다.
3.게이 or 레즈비언
외국에는 게이나 레즈비언이 상상외로 많다. 호텔, 길거리, 온천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유혹하는 경우도 많은데, 관심이 없다면 ‘싫다’고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4.마리화나
네덜란드에 가면 마리화나가 합법이다. 파란 잎사귀가 그려진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면 음식 대부분에 마리화나가 들어있을 정도다. 마리화나에 취하면 대책이 없으니 유의하도록 한다.
5.목적을 정해라
박물관에 가서 제대로 관람하고 오겠다든지, 아니면 아름다운 사진을 제대로 담아서 좋은추억을 남기겠다든지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고 여행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인터넷이나 관련자료를 통해 공부를 하는 것은 필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빈말은 아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