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음악의 세대차, 좁힐 수 없나

 요즘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팝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81년생으로 스물두살이다. 그가 우상으로 여기는 80년대의 스타 마돈나는 58년에 태어났으니 마흔 여섯이다. 거의 엄마뻘이다.

 마돈나가 조금 일찍 결혼해 아이를 가졌다면 브리트니 또래의 딸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최근 듀엣으로 같이 노래를 했다. 브리트니가 막 발표한 신곡 ‘Me against the music’은 모녀관계라고 해도될 만큼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신구세대의 결합이다.

 하지만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함께 노래했다고 해서 결코 놀랍거나 이색적이지 않다. 그저 자연스럽게 보인다. 사람들이 경이의 시선을 보낸 것은 둘이 노래를 위해 호흡을 가다듬은 게 아니라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진한 프렌치 키스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외국 언론은 그 사건을 두고 “금기시되던 동성애가 이제는 쇼가 돼버렸다”고 보도했다.

 만약 그 사건이 우리한테 있었다면 아마도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 평지풍파의 충격을 몰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두 사람처럼 신구세대 두 여가수가 하모니를 이루며 노래하는 장면도 여간해서 목격하기 힘들다. 몇년전 나훈아가 상당한 연하인 여자 탤런트 배종옥과 노래를 부른 적이 있긴 하지만 우리의 경우 그런 사례는 좀처럼 없다.

 왜 그럴까. 우린 젊은 가수와 기성세대 가수간에 접점을 찾을 만한 음악적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다. 나이든 가수들은 멜로디 중심의 트로트 아니면 스탠더드와 포크송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반면, 젊은 가수들은 리듬 중심의 댄스음악이 주요 재료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백인음악이고 신세대는 흑인음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흑백갈등도 있다. 도저히 같이 노래하기가 힘들다. 굉장한 세대차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음악적으로 간격이 크게 벌어진 데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배 가수들을 음악적 ‘역할 모델’로 삼는 후배들이 적다는 점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그만큼 전통을 섬기기 보다는 외국의 음악을 수입하는 풍토 때문에 세대간 단층이 확연해진 것도 있지만 앞서간 선배의 경험을 존중하지 않는 후배들의 무관심도 작용하는 것이다.

 요즘 가수들은 당장의 인기와 판매량에 연연하는 극도의 현실 위주 풍토로 선대와 연결선을 찾으려는 자세와 의지가 부족하다. 시대가 달라졌을 뿐 결국 가요판의 성격은 같은 데도 불구하고 ‘과거는 과거, 지금은 지금’이라는 식으로 위로부터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양상이 더욱 세대간 단절을 부추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여성의 자기결정력이라는 측면에서 마돈나를 닮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마돈나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그가 얼마전 “여성도 자위행위를 즐겨라”고 발언한 것도 80년대에 메아리를 울린 마돈나의 도발적 페미니즘으로부터 배운 흔적이 나타난다.

 유명해지고 난 직후 꼭 마돈나와 노래를 같이 해보고 싶다는 희망도 피력했고 마침내 그것을 실천했다. 브리트니가 내달 7일 새 앨범 홍보차 한국에 온다. 그의 싱싱한 육체에만 눈길을 던질 게 아니라 선대로부터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려는 그의 태도를 주목했으면 한다.

 임진모(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