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F가 시장순위를 다투고, LG텔레콤은 시장점유율을 두배로 끌어올린다.’
내년 1년간 시행될 번호이동성 시차제가 현재 1강1중1약 체제로 고착화된 이동전화 시장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KTF·LG텔레콤이 내년 1년동안 SK텔레콤의 발을 묶어둔 채, 이 회사의 1800만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를 옮겨오겠다며 사활을 건 마케팅 전투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KTF(대표 남중수)는 시차제 적용전인 내년 상반기 신규 가입자 유치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 1년간 최소 100만 가입자를 순증시킬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KTF 전국 영업조직은 물론 모회사인 KT 그룹의 영업력을 총동원할 수 있는 복안을 연말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KTF 고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수익구조는 개선했지만 외형확대 측면에서 실패했다는 반성이 지배적”이라며 “내년은 가입자 확대를 위한 절호의 찬스인만큼 최소 100만명 정도는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텔레콤은 현재 474만여명의 가입자 규모를 내년말까지 600만명, 2005년말까지는 800만명으로 각각 크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금 14.3% 가량의 시장점유율도 이 기간 20%대로 진입시킨다는 구상.
LG텔레콤 관계자는 “내년도 공격경영을 위해 영업력 강화는 물론이고 단말기 발주 등 모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면서 “다만 영업확대는 곧 마케팅 비용으로 직결되는만큼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극단적인 경우지만 오는 2005년까지 만일 KTF가 200만명을 순증시키고, LG텔레콤이 욕심대로 가입자 800만명 수준에 올라선다면 이동전화 시장판도는 완전히 뒤바뀌는 수준이 된다.
전체 3300여만명의 이동전화 가입자 가운데 지금은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이 각각 1800여만명, 1000여만명, 470여만명으로 점유율 54:31:14의 구도. 후발사업자들의 바람대로 SK텔레콤 가입자 1800여만명 가운데 500만명 이상이 이탈한다면 SK텔레콤과 KTF가 순위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얼마전까지 내부적으로 적극 대응론과 관망론이 양립했던 SK텔레콤이 후발사업자들의 공격적인 태세에 갑자기 긴장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하고 있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동전화 사업자들의 상호 헐뜯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사사건건 맞대응에 나서는 것 역시 심각한 위기감 탓이다.
SK텔레콤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시장점유율 3% 정도의 가입자 이탈은 예상했지만, 최근 후발사업자들의 행보는 (시장)순위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라며 “지금 분위기라면 (가입자 이탈방지를 위해)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내부에선 현재 54.3%의 점유율을 최소한 50%대선에서는 지켜야 한다며 마지노선까지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의 이같은 극단적 예측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번호이동성 시차제가 후발사업자군의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변동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규모 가입자 유치에는 반드시 엄청난 마케팅 비용과 무리한 영업과정이 수반된다”면서 “후발사업자들도 비용과 실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무작정 가입자만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전문가들 "큰 지각 변동은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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