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동종업체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주력사업으로 정한 아웃소싱 사업 확대 전략에 맞아 떨어지는 회사라면 누구든 인수합병 대상으로 삼을 겁니다.”(동부정보 이 봉 사장)
“회사가 더 좋아지도록 해줄 외국의 파트너가 나타난다면 합병을 적극 추진해 볼 계획입니다.”(대우정보시스템 박경철 사장)
최근 몇 년간 소문만 무성했을 뿐 인수합병의 ‘무풍지대’에 놓여있다시피 했던 국내 시스템통합(SI) 및 컨설팅업계에 인수합병 또는 매각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일부 SI 및 컨설팅업체들은 인수합병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는 ‘흔한’ 입장 표명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유수 업체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합병하거나, 해외 유수업체를 대상으로 매각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향후 귀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업체들의 인수합병 행보가 빨라질 경우 내년 SI시장 구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형 SI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신규시장에 안정적으로 조기 정착하는 데 인수합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규모의 경제 외에 합병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 및 새로운 가치의 창출 등이 SI업계 인수합병 필요성을 견인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인수합병의 가시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회사는 메타넷. 특히 이 회사의 인수합병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SI·컨설팅업계 인수합병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컨설팅·아웃소싱회사인 메타넷은 전략적 아웃소싱서비스 역량 확보를 위해 중견급 SI업체 인수에 관심을 갖고 물밑작업을 추진중이다. 이와 동시에 지난 8월 설립한 메타넷컨설팅의 확대를 목표로 다국적 컨설팅회사에 대해 인수 또는 경영권 확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메타넷 관계자는 “현재 국내 SI업체 인수 및 다국적 컨설팅회사와의 제휴를 위한 협상을 동시 진행중”이라면서도 “연내에 성과가 나오거나 내년 초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동부그룹 IT계열 3사가 통합해 출범한 동부정보는 내년에 외부 IT업체 인수합병에 나서기 시작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봉 사장은 “이번 그룹 IT계열 3사 합병으로 한차례 합병훈련을 해본 셈”이라며 “내년에는 주력사업인 아웃소싱사업에 시너지가 될 수 있는 IT회사 1곳 정도를 인수합병할 계획을 세웠다”며 합병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동양그룹계열 SI회사인 동양시스템즈는 내년까지 중소 SI 업체를 인수합병해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구자홍 사장은 “금융SI 분야 특화를 통해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규모 확대를 위해 타분야의 중소 SI 업체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며 인수합병 의사를 표명했다.
포스데이타의 경우 미래 성장엔진 발굴 차원에서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광호 사장은 “유망 특화 솔루션 확보 차원에서 아웃소싱 및 우수 솔루션업체를 인수합병 대상으로 꼽고 있다”고 밝혔다.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액센츄어코리아도 SI업체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액센츄어는 앞서 현대정보기술 인수를 검토한 데 이어 금호그룹과 IT서비스 합작회사 설립 협상을 벌인 바 있다. 한봉훈 사장은 “컨설팅에서 SI에 이르는 종합 IT서비스 체제를 갖추기 위한 일환으로 SI업체 인수합병을 통해 아웃소싱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IT업체인 CA와 코오롱그룹이 각각 70대 30으로 합작 설립한 SI업체 라이거시스템즈 인수합병에 관심을 쏟아온 코오롱정보통신은 최근 미국 CA 부사장의 지분 매각 반대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사업다각화와 그룹 계열사 시스템관리 물량을 겨냥해 인수합병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코오롱정보통신 관계자는 “오는 2007년까지 코오롱그룹 계열사 시스템관리를 확보한 라이거시스템즈의 가치에 대한 코오롱그룹과 CA간 의견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여전히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계 IT서비스회사 EDS와 합병논의를 벌였던 대우정보시스템은 피인수 의사를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박경철 사장은 “최근에도 외국의 우수한 IT회사에서 합병이나 제휴 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는데 좋은 파트너가 나타나다면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내 업체보다는 상대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가 더 많은 외국 선진 IT회사와 같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지난해 코오롱정보통신과의 매각협상 결렬 이후 매각이 보류된 쌍3용정보통신과 인수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대정보기술도 국내외 업체들이 언제든지 인수의사를 타진할 가능성이 높아 인수합병의 가시권에 놓여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