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의 청소년 유해정보 규제를 놓고 청소년보호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인터넷상의 청소년 유해정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포털업체에 청소년 보호 담당자 지정 운영 제도화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인터넷 사이트 배너광고 규제 등의 조항을 포함시키려 했으나 정통부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정통부는 인터넷상의 불법 유해정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로 규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해당조항을 청소년보호법에 포함시키지 말도록 강력히 요구했다.
위의 두가지 조항은 시민단체나 청소년 관계자들이 인터넷상의 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시급히 마련돼야 할 조치로 손꼽는 내용들이지만 그동안 어느 법안에도 수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보호법에 포함시키려 했던 조항이다.
결국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정통부의 뜻을 수용해 해당 조항을 개정안에서 삭제하고 국회에 상정했으나 정통부의 법개정 의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보호기준과 박금렬 과장은 “그동안 청소년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데도 정통부의 관심밖으로 밀려 시행령 등에 반영되지 않는 사안들이 부지기수”라며 “청소년보호 주무기관으로써 두손 놓고 정통부만 바라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인터넷상의 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정보통신망법이 충분히 기여하고 있으므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통부 정보이용보호과 김기권 과장은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그동안 불법 유해정보나 스팸메일을 강력히 규제해 청소년 보호에서도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청소년보호법에까지 규제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요구하는 조항들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내년 초부터 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라며 “오는 12월 제2차 민관 합동 스팸방지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지난 6월 정통부가 공표한 불건전정보유통방지 종합대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청소년 보호 차원의 후속, 보완조치를 마련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소년보호위원회측은 그동안 청소년유해매체물의 무분별한 인터넷 광고금지, 청소년들의 휴대폰을 통한 음란정보 이용차단, 부모신상정보를 도용한 온라인게임이용대금 과다결제 차단 등 청소년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데도 아직까지 대응책이 마련되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추진 여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학부모정보감시단의 주혜경 단장은 “인터넷상의 청소년 유해정보에 대해 감시활동을 벌여온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볼 때 정보통신방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 보호에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정통부가 입법의지도 없으면서 부처이기주의에서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의지를 꺾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앞으로도 정보통신망법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청소년보호법을 통한 규제를 시도할 방침이어서 앞으로도 양 부처간에 기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