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전까지 핀란드에서 온 취재팀과 인터뷰를 했어요. 다음주에는 ITU텔레콤월드2003에 가서 유비쿼터스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포럼에도 참가해야하고요. 한국에 자주 오가면서 한·일 협력 방안을 찾아야하는데 시간이 너무 모자라는군요.”
지난달 도쿄 고탄다에서 본사 취재팀과 마주한 도쿄대학 사카무라 겐 교수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유비쿼터스 석학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에서는 공영방송인 NHK가 그의 특집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정도다. 미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도 유비쿼터스가 점차 새 패러다임으로 힘을 얻는 만큼 그의 지명도 또한 날로 올라가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 진입하는 지금, 세계 IT업계는 유비쿼터스 디바이스의 OS를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축은 90년대 패자 MS가 윈도CE로 버티고 있고 이에 대항하는 오픈 소스인 리눅스가 대항각을 만들며 한 켠에 지켜서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일본 IT파워의 부활’을 선언한 T엔진 포럼이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사카무라 교수는 유비쿼터스시대 OS로 주목받는 트론(tron)의 개발자이자 트론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한 T엔진 포럼의 회장이기도 하다. 또 그는 RFID 태그 규격을 위한 단체인 유비쿼터스ID센터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당초 일본의 22개 전자업체들이 모여 만든 T엔진 포럼은 이제 전세계를 망라하는 250개 IT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리눅스의 강자 몬타비스타, 윈도의 MS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종합기술원도 T엔진 포럼의 멤버다.
사카무라 겐 교수가 이끄는 T엔진 포럼의 설립목적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 구축’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는 다양하고 수많은 초소형 컴퓨터들이 환경에 내재된다. 그런데 이런 컴퓨팅들이 서로 네트워크로 연동돼 올바른 실행 결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컴퓨터 간 협조가 중요하다. T엔진측은 지금 당장 컴퓨터 간 협조를 위한 플랫폼을 갖추지 않으면 추후에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자신들이 나서 일본 독자 OS인 트론에 기반해 유비쿼터스 소프트웨어를 안착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
또한 T엔진측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요구되는 소프트웨어(SW) 능력은 현재보다 100배 증강돼야한다는 대전제를 내놓는다. 문제는 지금처럼 SW만으로 OS 규격 및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정해서는 생산성을 100배 늘릴 수 없다. 따라서 하드웨어 규격을 규정짓고 그 위에 미들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동시키는 토털솔루션을 지향해야한다.
T엔진은 하드웨어는 물론, 개발 환경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T엔진의 이같은 발상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세를 얻어 리눅스 진영의 몬타비스타, 자바진영의 선, 휴대폰의 NTT도코모, 윈도 진영의 MS 등이 동참하고 나섰다.
T엔진의 또 하나의 대전제는 ‘오픈 리얼타임 표준 개발 환경’이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게하고 개발 방법을 공개할 방침이다. 복수의 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즉 T엔진포럼의 개발 환경을 적용해 하드웨어를 개발하면 다른 모든 종류의 미들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실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 이를 위해 T엔진포럼에는 OS 개발업체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업체, 미들웨어 개발업체 등이 모두 포괄돼 있다. 제3의 컴퓨팅 시대인 유비쿼터스는 폐쇄적인 PC시대의 개발 환경을 바꿔야한다고 T엔진은 주장한다.
여기에 ‘강력한 보안’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T엔진포럼이 제창하는 e트론이 바로 이에 맞춰 개발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모든 물체에 컴퓨터가 내장돼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보안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e트론은 PKI(Punlic Key Infrastructure)를 지원한다. T엔진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 운영시스템인 T커널은 e트론을 지원해 유비쿼터스 시작 단계에서 보완을 대폭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사카무라 교수는 “MS가 T커널을 자신의 OS에 접목시키기로 한 것은 이미 T커널이 유비쿼터스시대의 플랫폼으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 12월 리눅스의 몬타비스타와 MS의 윈도CE가 T커널에 자신들의 OS 소스를 올린 OS를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장: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 트론 vs. 윈도
MS의 윈도는 PC 시대의 도래와 함께 PC의 OS로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시기 또 다른 OS인 트론(TRON:The Real-time Operating system Nucleus)이 임베디드 OS 시장의 총아로 성장하고 있었다.
1984년 태어난 트론은 일본의 독자 OS로 탄생했다. 트론은 MS의 ‘윈도’와 비교하면 프로그램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빠르다. 또 규격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어 이용 업체들이 자유롭게 개량해 쓸 수 있다. 트론은 PC시장에선 철저하게 소외됐지만 자동차의 도요타, 휴대폰의 NTT도코모, 레이저프린터·디지털카메라의 캐논 등 일본 제조업체들의 지원을 받아 임베디드 시장에서 세를 키워갔다.
이제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를 앞두고 트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카무라 교수는 “90년대는 솔직히 MS가 모든 것을 정했다”며 “그러나 유비쿼터스 시대에선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지난 9월 25일 MS가 트론의 개발 및 보급단체인 T엔진포럼에 합류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는 또한 (윈도가 지배하던)PC시대의 종언을 고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트론은 또 오픈 소스를 지향한다. 기본 소스는 모두 오픈하되 이를 바탕으로 개량 OS를 만들었을 경우 이에 대한 소유권은 개발자에게 인정한다.
사카무라 교수는 “MS는 T엔진 포럼에 참가해 트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T커널(kernel)이란 보드 위에 윈도CE를 연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윈도가 닫혀진(closed) 전략에서 열린(open) 세상으로 나오겠다는 첫 약속”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MS의 연구진은 지난 반년 동안 특별팀을 통해 독자적인 리얼타임이면서 임베디드인 OS안을 검토해왔다”며 “사실 MS는 (트론 정도의 OS를)자체 개발할 능력이 있으며 MS의 연구진은 트론 가입을 반대했으나 경영진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새 규격을 만들기보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는 세력과 손을 잡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 T엔진 포럼 Q&A
Q. T엔진 포럼 회원사 현황은.
A. 2002년 6월 24일 출범 당시 NTT데이터, 히타치, 미쓰비시 등 일본의 22개 업체들이 참여했다. 11월 현재 몬타비스타, MS, NEC일렉트로닉스, 르네사스테크놀로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소니에릭슨, 마쓰시타, 도시바, RSA시큐리티, 소니, 소프트뱅크 등 250여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종합기술원이 가입돼있다.
Q. T엔진의 하드웨어(보드)에는 랜이 없다. 네트워크가 생명인 유비쿼터스 시대에 랜은 필수아닌가.
A.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수단은 다양하다. 무선랜, 블루투스, PHS, PDC, CDMA, WCDMA 등 무수하다. 또 무선 통신분야의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지금 규격을 정하면 시대에 뒤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따라서 T엔진은 PCMCIA의 슬롯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확장 버스에 접속하기 위한 랜보드는 따로 준비돼있다.
Q. T엔진은 임베디드용으로 쓰일 수 없나.
A. T엔진의 본래 목적은 개발 환경 플랫폼이지만 이를 그대로 임베디드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오히려 임베디드 OS로 바로 적용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Q. T엔진 시스템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은 없나.
A. T엔진을 이용해 리얼타임 OS 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내장 기기 분야의 프로그래머는 매우 부족하다. PC에서 유비쿼터스 컴퓨팅으로 바뀌는 환경 변화는 리얼타임 프로그래머를 더욱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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