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서비스 3사가 번호이동성 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유통망 확대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내년부터 전화번호를 변경하지 않고 사업자를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성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최대한 고객 접점을 늘려 타사 가입자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KTF와 LG텔레콤이 하반기 들어 대리점들의 신규 출점 지원을 대폭 강화하자, SK텔레콤도 선두 수성을 위해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러나 시장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유통망이 확대됨에 따라 대리점 수익 악화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략대리점을 늘려라=KTF, LG텔레콤 등은 최근 기존 우수 대리점중 신규 점포를 오픈하는 업체에게 권리금, 보증금, 월세 등 인건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비용을 지원하는 파격적 제안을 내놓았다. 개장후 2년까지 월세를 대납해 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으며 대리점 운영자금도 저리에 융자해주고 있다. 용산전자단지와 테크노마트 등 서울지역 집단상가뿐만 아니라 경기 수도권 지역에도 이같은 지원을 받은 대형 매장들이 잇따라 개장되고 있다.
SK텔레콤도 후발사업자 공세에 맞서 최근 대리점 지원책을 크게 강화했다. 신규 출점 점포는 아예 사업자가 나서 직접 매장 계약을 맺고 2년 동안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한다. 또 대리점에 지급하는 관리수수료를 담보로 연리 4%대의 저리로 운영자금도 대출해준다.
대리점뿐만 아니라 사업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판매점도 유통망 확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판매점은 단말기 판매마진 만으로 경영해온 업체라 대리점 전환에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사업을 포기하는 기존 영세 대리점의 가입자를 M&A해 사업기반까지 마련해주는 등 전략대리점을 늘리는 방안에 몰두하고 있다.
◇유통망 중요성 다시 부상=올초만 해도 유통망 구조조정에 나서던 이통사들이 최근 다시 확대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다시 유통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을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에 앞서 가입자 유치의 핵심 기반인 유통망을 우선 확대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이통사 유통정책의 핵심이던 리베이트 경쟁이 보조금 논란을 불러온 것과 달리 유통망 확대는 정부제재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전략 전환의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본사 지원속에 오픈한 매장은 사실상 위탁경영에 가까워 무한경쟁 시기에 전략적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에 없던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은 미지수=번호이동성은 사업자간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수단일 뿐 시장 확대 효과는 미비하다. 대리점들도 가입자를 유치할 수는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뺏길 수 있는 위기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수익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장미빛 전망만으로 번호이동성 유통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통사간 유통망 확대 경쟁이 불붙으며 특정 지역에 같은 사업자 대리점이 무분별하게 문을 열어 소속 대리점간 경쟁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번호이동성 도입후 대리점의 경영환경 개선 효과는 미비한 반면 경쟁은 더욱 치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통점의 수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대리점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통망 관리 정책이 체계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