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이 아닌 ‘마우스 품’을 팔아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구멍가게에서도 컴퓨터 기반 구매 뿐만 아니라 ‘웹 POS’ 시스템에 ‘스캐닝’만 하면 집에서도 재고 관리도 가능해졌다. 핸드터미널을 통해서는 간단하게 물품 주문을 낼 수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 고객들에게 ‘클릭’ 한번으로 안방에서 물품 구매가 가능하게 만들었다면 소위 구멍가게로 불리우는 독립 소매점의 디지털화는 점주가 매장에 직접 나오지 않아도 관리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디지털기록장치(DVR) 시스템을 설치하면 집에서도 매장을 관리할 수 있어 물건을 정리하고, 계산할 아르바이트 직원 몇명만 있으면 된다”며 “아직은 미미하지만 전국 12만여 독립 소매점들은 이제 변화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구멍가게 디지털화 조짐=현재 약 270여개의 할인점과 6000여개의 편의점들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약 12만개의 독립 소매점들은 건재하다. 경쟁 유통업체들의 위협 속에서도 낙후된 시설로 꿋꿋히 버텼던 독립 소매점들도 이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전등록기조차 없이 계산기를 이용하던 옛 모습과 달리 ‘웹 POS’를 통해 가격 계산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조사까지 가능하다.
인천에서 e코사마트 송현주공점을 운영하는 이재우씨는 “처음에는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암산을 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어 POS 이용이 오히려 번거로웠다”며 “지금은 편리하게 재고 관리가 가능하고, 고객들에게 편의점을 연상시켜 이미지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다양한 부가사업 창출=기존의 구멍가게는 이제 물건 주문에 일일히 전화를 걸거나 발품을 팔지 않는다.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웹 POS를 통한 재고 관리로 자동 발주가 가능하고, 인터넷 도매 쇼핑몰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또 잦은 도난 사고를 DVR 설치로 막고 있다.
독립 소매점들의 디지털화는 다양한 부가사업도 창출해 내고 있다. POS 단말기에 동영상 광고판을 부착해 광고 수익을 얻는가 하면 소비자 구매 현황을 데이터 관리 회사에 팔 수도 있다. 또 택배대행 사업, ATM 단말기와 공과금 납입창구 설치도 매장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가능하다.
유통 점포 컨설팅 회사인 퍼스트플러스 윤성현 부장은 “디지털 매장은 물질적으로 돈만 벌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에서 점주의 경영 마인드까지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점포주들의 인식 제고돼야=작년 말부터 1년간 실시됐던 정부의 ‘중소 유통점포 디지털화 사업’은 의지는 있지만, 방법을 몰랐던 점주들에게 디지털화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성과도 있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 관련 자금이라는 이유로 매장들의 온라인화에만 공을 들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2차 사업에 들어간 중소 유통점포 디지털화 사업은 지원자가 몰리는 등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사업 수행 기관이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어 여전히 우려감이 남아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점포주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비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하고 있으면서도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하다. 온오프라인 토털 유통업체인 바로코사 김진호 사장은 “유통업 천대 인식이 아직도 만연해 있다”며 “가장 먼저 이같은 인식 제고가 이뤄져야 소매점들의 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