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비소 오염 대비하자

 얼마전 제 9회 한·일 국제 환경상 일본측 수상자로 ‘아시아 비소 네트워크’(Asia Arsenic Network)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우리는 비소 오염으로부터 안전한가를 생각하게 된다.

 비소는 대표적 유독 물질로 고대로부터 극약으로 이용돼 왔다. 우리 역사에도 왕족이나 조정신하를 사사하기 위해 임금이 내렸던 사약의 주성분이 아비산(‘비상’이라고도 함)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비소는 급성 및 만성 중독에 의해 간·신장·피부 등에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많은 양을 먹었을 경우 한 시간 내에 급성 중독 증상을 나타낸다. 오랫동안 만성 중독이 되었을 경우에는 처음에는 식욕이 떨어지고 힘이 없어지면서 설사·변비·구역질이 나타나다가 눈꺼풀이 붓거나 피부가 검게 변하고 손과 발바닥이 딱딱해지고 신경에 마비가 오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1709년도에 이태리에 판매된 화장수에 비소가 포함돼 수백명의 여성들에게서 만성 비소중독이 발견된 적이 있었으며 1900년도의 영국에서는 비소로 오염된 맥주에 의해 7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과거 아비산·구리 등을 채굴하고 제련하던 미야자키현 다카치호현 도로쿠 광산에서 비소에 의한 만성 중독 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 이들 광산은 폐광되었지만 비소가 함유된 광미 등이 적치돼 있어 지하수와 우물, 하천, 토양이 오염됐다고 보고됐다. 일본의 아시아 비소네트워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설립돼 비소오염이 보고된 여러 나라에서 조사 및 치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비소오염의 원인은 인위적 기원과 자연적 기원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반도체, 염료 생산 과정의 폐수, 광산 및 제련 활동, 제초제 살포의 농경 활동 등이 주 원인이다. 그러나 화산활동, 지열, 충적 대수층과 관련한 자연적 비소오염이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르헨티나·일본·뉴질랜드·칠레·미국 등지에서 지열수에 기원한 비소 오염이 보고돼 있으며 함비소광물을 다량 포함하는 충적 대수층에서의 지하수 비소오염 지역은 방글라데시·인도 서벵갈·중국·내몽골·베트남·미국 등이다.

 특히 방글라데시와 인도 서벵갈 지역은 ‘비소 대재앙’으로 명명될 만큼 심각한 지질 환경 비소오염 지대로 방글라데시 인구 1억2000만명 중 3500만명이 50ppb 이상의 비소를 함유하는 지하수를 음용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해 비소오염에 노출됐고 이중 250만명 이상은 피부흑색증, 피부암 등의 심각한 비소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서도 금·은 및 중석을 생산한 폐광지역에서 중금속 뿐만 아니라 비소에 의한 토양, 지하수 및 지표수, 농작물 등의 오염양상이 발견되고 있으며 오염 지하수의 사용을 규제하는 상황이다. 또 자연적인 기반암 중 흑색 셰일은 비소등의 독성원소들이 상대적으로 부화되어 있으며, 국내 옥천계 흑색 셰일 분포지역의 잔류 토양에서 비소의 함량이 자연함유량보다 높게 나타나 지질환경내 비소오염의 잠재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충적대수층 지역에서 토양 및 지하수의 비소오염이 보고돼 이들 지역들을 비소오염 예상 지역으로 간주, 정부차원에서의 전반적인 비소오염 잠재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 및 복원대책이 필요하다.

 ◆ 김경웅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과 교수 kwkim@kj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