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크로스오버 패션-자유를 입는다

 올 겨울 패션 트렌드라면 단연 ‘크로스오버(crossover)’다.

 캐주얼과 정장, 스포츠의류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다용도 패션’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힙합 스타일의 보드복이나 등산복을 평소 입고 다니는 것이나, 세미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하는 것 등이 모두 크로스오버 패션이다. 최근에는 기업의 복장 자율화와 주 5일 근무제 정착으로 크로스오버 패션이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겹치기 아르바이트나 시간제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프리터족이 늘어난 것도 크로스오버 패션에 불을 당기고 있다.

 물론 크로스오버 패션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틀에 박힌 ‘정석’ 패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부 젊은층 사이에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크로스오버 패션이 인기를 끌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겨울 크로스오버 패션에는 ‘기능성’과 ‘패션’이 한층 강화됐다. 고어텍스나 윈드스타퍼 같은 첨단 기능성 소재와 트렌디한 도시 감각의 패션이 결합되면서 기능성과 패션, 어느 면으로나 손색이 없다.

 사실, 고어텍스는 등산 마니아에게는 널리 알려진 소재다. 방수와 투습효과가 뛰어나 온도차가 심한 산에서도 거뜬히 버틸 수 있기 때문. 한 가지 흠이라면 가격이 고가라는 점. 이 때문에 등산 마니아 사이에도 80만원에서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어텍스 등산복을 입어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이런 고어텍스 소재가 크로스오버 패션에 사용되면서 기능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의류 자체가 가벼워 착용감도 좋고, 활동하기도 편하다. 땀이 옷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기후에 관계없이 항상 쾌적하다는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고어코리아 최경호 섬유사업부장은 “점심시간에 공원 한 바퀴를 돌더라도 옷에 땀이 차지 않고, 금요일 오후 복장 그대로 산이나 스키장에 가도 무리가 없는 패션”이라며 “특히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이나 전문직 종사자, 20대 패션리더로부터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헨리코튼 정선규 디자이너실장은 “주 5일제로 레저문화가 확산되면서 어디서나 착용감이 편안한 옷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고기능성 소재가 들어가면 평균 20만원 정도 값이 오르지만 한 번 입어본 사람들은 고기능성 소재만 찾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인 프라다, 아르마니, 휴고보스, 막스마라, 버버리, 에스까다 스포츠에서는 5년 전부터 고기능성 소재의 크로스오버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서도 ‘헨리코튼’, ‘빈폴’, ‘잭니클라우스’, ‘레노마’, ‘엘르 골프’, ‘K-SWISS’ 등 트레디셔널 캐주얼 및 골프 브랜드들이 지난 가을부터 고기능성 소재를 채택하기 시작, 올 겨울에는 적용 브랜드를 늘려갈 계획이다.

 물론 이같은 배경에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의류회사들의 생존전략도 내포돼 있다.

 고어코리아 최경호 부장은 “브랜드별 디자인에 큰 차이가 없어지면서 의류회사마다 차별화 전략으로 기능성을 내세우고 있다”며 “기능성 소재는 더 이상 아웃도어뿐 아니라 패션 전반에 중요한 트렌드가 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각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능성 소재, 어떤 게 있나

 기능성 소재로는 고어텍스, 윈드스타퍼, 아쿠아토르, 윈드쉴드, 심파텍스, 셸러 등이 유명하다.

 주로 등산용 의류 및 장비에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일상복(시티웨어)에도 앞다퉈 사용되는 추세다. 방수·방풍·투습기능이 뛰어나 10도 이상 벌어지는 일교차에도 신체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해 줄 뿐 아니라 항상 쾌적하고 착용감도 좋기 때문이다.

 ◇고어텍스

 멤브레인을 활용한 기능성 소재로 1976년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방수·방풍·투습기능이 뛰어나며 특히 내년에 출시되는 고어텍스 소프트쉘은 원단 자체의 빠삭거림이 줄고 투습성도 향상될 예정이다.

 멤브레인은 1평방인치당 90억개 이상의 구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구멍 하나의 크기가 물방울 입자 크기의 2만분의 1에 불과하고 수증기 분자 크기보다는 700배 이상 커 눈비와 같은 액체가 침투하지 못하고 몸에서 나는 땀은 밖으로 방출시키는 기능을 한다.

 ◇윈드스토타퍼

 1991년 방풍·투습성을 가진 소재로 처음 소개된 이후 올초 투습성·발수력·신축성·보온성이 강화된 윈드스토퍼 소프트쉘이 선보였다. 윈드스타퍼 소프트쉘은 다양한 기후조건에도 최적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미드레이어의 편안함과 겉옷이 가진 보호기능을 한 겹으로 결합, 옷 한벌로 셔츠와 겉옷 두개의 효과를 내 준다.

 ◇아쿠아토르

 고어텍스와 마찬가지로 멤브레인을 라미나이팅해 만든 원단으로 투습·방수·방풍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아쿠아토르는 ‘쿨맥스’ ‘코듀라’ ‘써플랙스’ 등 기존 원단에 멤브레인을 접합, 기능성을 배가시켰다. 듀폰에서 개발했다.

 ◇심파텍스

 아크조노벨에서 개발한 소재로 고어텍스가 미세한 구멍으로 기능을 발휘하는 것과 달리, 화학적인 성질에 의해 방수·투습효과를 낸다.

 심파텍스의 장점이라면 입자 사이에 이물질이 낄 위험이 없어 멤브레인의 기능을 저해할 수 없다는 점. 최대 300%까지 팽창되고 자켓 한벌 무게가 20∼25g일 정도로 가볍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