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이 덩치들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대화면TV와 대형냉장고, 드럼세탁기 등 가전시장은 지금 대(大)자를 앞세운, 무제한급 제품의 전시장이 되고 있다. 외형뿐만이 아니다. 큰 덩치와 함께 제공되는 각종 편의성과 첨단 기능들은 멋진 외모와 함께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지난해까지 TV시장을 주도했던 29인치 TV는 더 이상 대화면 TV로 불리지 않는다. 43인치 이상의 프로젝션TV가 기존 대화면TV시장뿐 아니라 전체 TV시장의 대표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전자상가 등 시중 가전매장에서 40인치 이상의 TV는 대수로만 이미 전체 판매량의 60%를 넘어섰다. 테크노마트 가전전문점 하이랜드의 이진만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TV수요는 대형 프로젝션TV로 그 중심이 완전히 넘어갔다. 29인치 HD급 평면TV도 이제 구석 자리를 차지할 뿐”이라고 말했다.
냉장고는 이미 600리터 이상의 양문형냉장고가, 세탁기 역시 10Kg 이상 드럼세탁기가 시장을 평정했다. 오디오는 고음질의 대형스피커를 앞세운 홈시어터시스템으로 대체됐고 김치냉장고, 청소기, 가스오븐레인지도 대용량 제품이 강세다.
하지만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처럼 형편에 맞지 않는 소모적 소비행태라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넘쳐나는 대형 홍수 시대에 현명한 구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대훈 소보원 시험검사소장은 “20평이 채 안 되는 아파트에서 40∼50인치 대형TV는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이왕 살거면’ 이라는 생각에 필요 이상의 크기나 용량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에너지 낭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평대 아파트에는 30∼40인치의 TV가, 60인치 TV는 적어도 40평 이상으로 거실 벽간 거리가 5미터 정도 되는 곳이 TV를 보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와 관련, LG하이프라자 대치점 한상규 점장은 “아파트 평수에 따라 적당한 크기의 TV와 적정 용량의 냉장고, 세탁기가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이 이보다 한두 등급 이상의 제품을 원한다”며 “생활 여건에 맞지 않는 대형 제품을 구입하면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을 입고 다니는 것처럼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전 유통업계에 따르면 4인가족 기준으로 세탁기는 8Kg, 김치냉장고는 130리터 정도가 적당하며 TV는 30평대 초반에는 40∼45인치, 30평대 후반에는 40인치 후반대 크기가 적당하다. 특히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동시에 대용량으로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과다한 전기료 부담뿐 아니라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