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왜 정보기술 아키텍처인가`

 최근 들어 정보기술아키텍처(ITA)가 전자정부와 기업정보화 성공의 열쇠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정통부와 국회 및 각종 학회 등에서 잇따라 ITA를 주요 주제로 토론회와 콘퍼런스를 개최했으며 참여정부의 전자정부 31대 과제 추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자정부전문위원회도 범정부적 차원의 정보기술아키텍처 도입을 최우선 역점과제로 꼽고 있다. 미국 등 선진 각국은 정부가 발벗고 나서 도입을 법제화하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화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반 행정부처나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ITA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전자신문은 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지난 4일 정부와 학계 및 기업체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왜 ITA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날 좌담회내용을 요약한다.

   

 참석자: 김준호 정보통신부 정보화기반과장,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박준성 삼성SDS 상무(CTO), 원덕주 LG CNS 아키텍처센터 수석, 이태공 국방대학교 전산정보학과 교수, 김성근 중앙대학교 정보시스템학과 교수, 허정회 한국전산원 정보화표준팀장, 양승욱 전자신문 정보사회부 부장(사회)

 

 △사회(양승욱 전자신문 정보사회부 부장)= 최근 들어 기업정보화나 전자정부 추진과 관련해 ‘정보기술아키텍처(ITA)’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일종의 붐을 이루고 있는 정보기술아키텍처의 개념과 대두배경 등에 대해 우선 짚어보자.

 △이태공(국방대학교 전산정보학과 교수)=정보기술아키텍처는 일종의 도시계획과 같다.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IT를 어떻게 이용할지를 정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보화과정을 보면 조직의 전략적 목표와 정보기술 연계가 미비하고 새로운 정보기술의 끊임없는 출현과 급증하는 조직의 정보자원 및 복잡성 증대로 인해 정보기술 관리가 어려워졌다. 특히 정보화를 위한 합리적 투자결정 방법이 부족해 정보화 투자예산을 낭비하고 결국 정보투자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결국 ITA 도입을 통해 전사적 차원에서 통합적 개념 하에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만 이같은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박준성(삼성SDS 상무)=아직도 일회성 정보화사업이 많다. 조직 전체의 그림을 그리고 데이터 아키텍처를 그리면 공통 부분이 나온다. 적어도 50%는 공유할 부분이다. 따라서 ITA 도입을 통해 이런 공유부분을 찾아내면 정보화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처음에 도입하는 과정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비용절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근(중앙대학교 정보시스템학과 교수)=우리의 정보화과정은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서브시스템 최적화에만 신경쓰고 전체 조직과의 연계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정보화가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려면 조직의 수행목표와 밀접히 연계돼야 한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생겨난 것이 ITA다.

 △강홍렬(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ITA가 필요하긴 하지만 단어와 개념에 매몰돼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BPR, CALS 등이 대표적인 예다. ITA도 그런 운명에 놓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사실 ITA가 상승기류를 타는 이유는 SI시장이 침체되면서 사업자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들고나온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또 시스템의 대체 주기가 오면서 새로운 개념이 요구된 측면도 있다.

 △사회=그렇다면 정부가 정보기술아키텍처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김준호(정보통신부 정보화기반과장)=현재 정부부처 시스템간에는 상호운용성 문제, 표준화 문제 등이 풀리지 않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56곳사이에도 시스템이 달라 정보교환이 잘 이뤄지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많다. 이는 통합적인 개념 없이 부처별 프로젝트 단위로 시스템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아키텍처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효율적인 ITA의 도입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박준성=추진 조직을 바깥에 두어서는 곤란하다. 상시적으로 하려면 내부에 그런 역량을 갖춰야 한다. 전체 비지니스가 어떻게 바뀌고 이에 따른 정보시스템이 어떻게 돼야 하고 현재 문제는 뭐고 이런 그림이 내부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 모든 걸 컨설팅 업체에 의존해서는 제대로 되기 어렵다.

 △허정회(한국전산원 정보화표준팀장)=SI업체에 넘기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내부에 정보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정보기술아키텍처도 별 효용이 없을 수 있다.

 △강홍렬=우리 나름대로 ITA를 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을 추종하다가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미국은 기술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정통부같은 곳이 없다. 미국은 돈으로 조정한다. 미국과 우리는 정보화 추진체계가 근본부터 다르다. 출발점 자체, 철학이 모두 다르다. 미국은 부처마다 CIO가 있지만 우리는 정통부가 CIO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컨셉트만 받아들이자.

 △이태공=정보시스템은 계속해서 진화한다. 내부에서 소화할 수 없는 기술적인 부분들은 외부에 의존하되 근본은 내부에서 쥐고 있어야 한다. 현재는 내부에 역량이 없다보니 외부에 아웃소싱하지만 역량이 쌓이면 내부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미국을 보면 정보화와 관련해 새로운 직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기업은 프로세스를 이끌어 갈 내부조직을 만들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김성근=세부적인 차원에서는 융통성있는 접근도 필요할 것 같다. 전체적인 시각이 중요하긴 하지만 세부적인 차원에서는 다양한 보완이 필요하다. 모두 손놓고 누군가가 통합 전략을 세워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미국에서는 세그먼트 아키텍처라는 개념을 ITA와 보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플래닝은 끝났어도 개발하거나 운영할 때 필요한 문서화작업이 필요하다면 개별 부서단위로 접근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원덕주(LG CNS 아키텍처센터 수석)=ITA만 하면 모든 게 다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정말 위험하다. 전략뿐만 아니라 개발과 유지보수 등도 고려돼야 한다. 전 과정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안 그러면 책장에 꽂힌 아무도 보지 않는 두꺼운 매뉴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표준을 만든다면 각 부처의 특성, 차별성도 표준에 포함되도록 포괄적으로 크게 그려야 한다. 추진체계와 책임추진기관 등 IT거버넌스 문제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사회=우리나라와 외국의 ITA도입 수준을 비교해보자.

 △박준성=미국은 법적으로 ITA 기반으로 정보시스템을 구축토록 하고 있다. 미국 정부 CTO가 산하 조직으로 솔루션아키텍처그룹을 두고 정부 정보화 사업에 있어 공통분모를 뽑아내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렇게 해서 공통 분모를 일종의 ‘프레임워크’ 형태로 패키징해 각 정부부처에 배포한다. 예산까지 바로 답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조직이 없는 상태다.  

 △허정회=일본의 경우 올초에 ITA를 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미국은 93년부터 연구를 시작, 정보기술관리혁신법을 96년에 만들었다. 미국의 모든 중앙부처가 ITA를 적용하게 됐다. 한국전산원에서는 99년부터 연구를 해왔다. 우리나라는 2∼3년 정도 지나면 안정화될 것이다.

 △이태공=군의 경우 C4I사업에 도입됐다. 성과는 아직 알기 어렵지만 이미 도입된 것의 ‘평가’도 내년에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성근=오히려 민간에서 도입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이미 서울시청 등 지자체를 비롯해 한국은행, 현대자동차, KTF, 대한항공 등이 정보기술아키텍처를 도입했다. 정통부 직원들 교육하면서 질문을 받았더니 여전히 그 실체를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내년에 당장 뭘 해야 하냐고 직접적으로 묻기도 했다. 아마 다른 정부부처의 사정은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그렇다면 ITA 도입을 위한 정부의 향후 추진계획은.

 △김준호=일단 내년에는 ITA 홍보, 법제도적 정비, 추진체계 정비, 업무참조모델 개발 등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개별부처에서 ITA를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개발, 보급하는 것도 시급하다. 특히 시범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ITA 적용했을 경우의 문제와 효과 등도 파악해볼 생각이다.

 △허정회=이제 ITA를 토착화시키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나 조급하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보조를 맞춰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산원에서는 내년 정도에 착수하기 시작해 오는 2006년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산원에서는 내년에 미국에서 만든 3개의 툴 중 하나를 커스터마이징해 한국용 툴로 만들려고 한다. 내년과 내후년까지는 그렇게 해서 법제까지 정리가 되면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이 전산원의 계획이다.

 △사회=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에 대해 토론해보자.

 △이태공=한국은 국가규모나 조직문화면에서 ITA를 적용할 경우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법제도 마련을 통해 구체적인 방침을 정해줘야 성공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CEO나 CIO들의 ITA를 바라보는 시각이 제각각인 만큼 내년에는 올바른 개념 이해를 위한 교육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학계, CIO들이 나서 컨소시엄이나 포럼을 결성, 정부나 기업에게 ITA의 필요성 및 적용방법 등을 적극 전파해야 한다.

 △강홍렬=ITA는 관리체계의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와 재사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성근=ITA로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와 비전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허정회=앞서가는 SI 회사 몇 군데만 정보가 있지 후발, 중소규모 SI업체들은 ITA에 대해 정보가 너무 어둡다. ITA 학회라든지 모임을 통해 각 분야에 전파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공부분 발주는 앞으로 거의가 ITA개념하에 이뤄질 것이다. 이런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중소SI업체들은 앞으로 어떤 공공 정보화사업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대형 선발업체들은 도입방법의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김준호=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성공은 어렵다. 이것을 끌어낼 수 있는 다각적인 유인책이 절실하다. 언론이나 교수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관심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회=이른 아침부터 긴 시간 동안 토론에 참석해준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국가 및 기업의 정보화 추진과정에 ITA가 도입돼 정보화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도록 참석자들이 앞장서 노력해주기 바란다.

  <정리=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