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히트상품](1)인기상품 123종 살펴보니

 올 한해동안 국내 기업들은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수출위주형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은 환율상승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들의 경기 회복 기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누렸지만 내수 비중이 큰 기업들은 제2의 IMF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듯 어려운 가운데서도 독특한 역량을 발휘하며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켜 성장을 도모한 업체들도 적지 않다.

 전자신문이 선정한 ‘2003년 인기상품’은 이처럼 업체마다 나름대로의 품질경쟁력이나 마케팅 역량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불황기에서도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상품들이다.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국내 전자·정보업체들로부터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100여개사가 290여개 상품을 응모했으며, 5개 부문 123개 상품이 ‘2003 인기상품’으로 최종 선정됐다. 부문별로는 고객만족 상품이 42점, 품질만족 42점, 마케팅우수 18점, 디자인우수 6점이었으며, 본지 추천상품도 15점이 선정됐다.

 올해의 인기상품으로 선정된 상품들의 면면을 보면 크게 두가지로 대별된다. 확실한 시장점유와 이미지 구축을 통해 해당 제품군의 대표상품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경우와 신기술 및 고부가로 승부한 경우가 그것이다.

 김치냉장고나 이동통신단말기·드럼세탁기·김치냉장고·프린터·데스크톱PC 등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카메라폰이나 홈시어터시스템·스마트폰 등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동통신 단말기의 경우 삼성전자가 수년 연속으로 고객만족 상품에 선정되고 있으며, 드럼세탁기는 LG전자의 ‘트롬’, 프린터는 ‘한국HP’ 등이 단연 소비자들의 인기 1순위에 랭크됐다. 일명 ‘스테디셀러’화 되고 있는 셈이다.

 카메라폰은 올해 들어 이른바 ‘대박’의 대열에 든 상품이며, 스마트폰·홈시어터시스템 등도 수요가 증가일로에 있어 관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전자신문이 선정한 인기상품을 보노라면 올 한해동안의 국내 산업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DVD복합기인 ‘콤보’는 DVD플레이어와 VCR을 모두 필요로 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반영한 제품이어서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부품이나 반도체 등이 새롭게 인기상품군에 추가된 것도 주목해볼 만한 변화다. 부품 가운데서는 올 카메라폰의 대박인기를 등에 업고 동반 성장한 카메라폰 컨트롤러와 USB드라이브 열풍에 힘입어 폭발적 성장을 기록한 플래시메모리, 그리고 인텔이 야심차게 밀어부친 노트북용 CPU 센트리노 등이 돋보였다.

 레인콤의 MP3플레이어는 올해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주목을 한껏 받은 제품이다. 코스닥 진입을 몇번이나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쟁업체들의 특허권 시비에 휘말린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시장 1위를 지킬 정도로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전체적으로 내수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판매량이 급신장했다거나 하는 품목은 이처럼 소수 상품외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방송 바람을 타고 PDP TV·프로젝션TV·LCD TV 등 디지털TV가 큰 인기를 끌었다. 디지털TV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히트를 기록중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도 올해 일본의 경기회복을 주도한 패널TV와 DVD레코더 등 디지털 AV상품을 히트 상품 1위로 뽑았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경우 고급 DLP프로젝트TV의 판매호조에 힙입어 북미시장에서 지난 8월 시장점유율 40%를 달성,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처럼 각 분야별로 혁혁한 성장을 거둔 품목도 있지만 PC처럼 퇴조를 면치 못한 품목도 있다. 올해 국내 PC산업은 대기업은 더 강해지고 중소기업은 더 약해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올해 PC부문의 인기상품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HP·삼보컴퓨터 등 대기업들이 휩쓸다시피했으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외국계 업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유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불경기에서도 인기상품은 언제 어디에서나 빛을 발한다. 내수경기가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요즘에도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신제품중 인기상품의 대열에 오르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신제품이 시장에 정착하는 비율은 30∼4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어려운 관문을 뚫고 인기상품의 대열에 오른 상품들이 다시 밑거름이 되고 R&D로 이어져 또다른 인기상품이 탄생하길 기원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