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밀리미터파 이용기술

사진; 지난 8월 밀리미터파 라이도미터로 측정한 남해안 일대의 적조 측정 자료(상), 밀리미터파 라디오미터로 측정한 건강한 가슴(왼쪽)과 암 세포가 검출된 가슴(중), 밀리미터파 측정기를 이용한 원격 심장 박동 검지기(하).

 이동통신에 이용되는 주파수를 마이크로파라고 하는데 보통 파장의 길이가 30㎝ 정도다. 이에 반해 밀리미터파는 파장의 길이가 10㎜이하인 짧은 파장의 주파수를 말하며 이동통신 주파수의 약 30배 이상이 되는 30㎓에서부터 300㎓ 정도까지다.

 밀리미터파도 전자파로써 가시광선과 달리 기상에 관계없이 대기와 구름을 투과하고 또한 의료용 초음파처럼 신체의 속을 투과해 암세포, 혈관 등의 신체를 측정하는 특성이 있다.

 시속 300km 이상을 달리는 서울∼부산간 고속철에서 향기 그윽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e메일을 검색하고 얼굴을 서로 마주보는 듯한 고화질의 영상으로 영상회의를 통해 비즈니스 업무를 마치면 부산 역에 어느덧 열차가 도착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이것은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기술인 것이다.

 현재 무선 통신 기술은 이동성의 편리함 때문에 이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음성뿐만 아니라 영상 및 데이터를 전송하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많은 정보량을 고속으로 전송해야 하는 요구가 크게 증가되고 있다.

 지금은 세계적인 IT산업의 퇴조로 아직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열광했던 3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인 IMT2000 무선 통신 시스템은 2㎓ 대역에서 최대 2Mbps의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기술로 50Mbps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산업분야에서 고화질의 영상 자료 전송이 중요하게 대두 되고 또한 HDTV 등이 시장에 급속히 소개되면서 보다 빠른 영상 데이터의 전송 속도를 요구하는 사용자들로 인해 현재 이용되는 통신 전송속도보다 최대 200배 이상이 되는 100∼1000Mbps 이상의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밀리미터파를 이용해 가능해진다.

 또한 첨단교통체계인 지능형 교통시스템(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의 핵심 기술로 밀리미터파가 센서로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그 중 하나인 차량 충돌 경고장치는 이미 일부 고급 차량에 장착돼 시판되고 있다.

 이 기술은 77㎓ 밀리미터파 레이더를 이용해 앞차와의 충돌을 막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뿐만 아니라 과속 차량 및 교통량 검지기, 교차로의 대기 차량을 측정하여 제어함으로써 교통 흐름을 획기적으로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지능형 신호체계의 정체차량 검지기, 비 매설형 루프 검지기 등 밀리미터파 검지기가 차세대 지능 교통 시스템에 이용되기 위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달리는 차량에서 앞차와의 통신으로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는 전방 도로의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차량간 통신이 밀리미터파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아직 연구 단계에 있으나 머지않아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대형 유조선들이 추돌해 기름을 유출하면서 엄청난 환경 재난을 일으키는 것을 자주 매스컴을 통해 접하게 된다. 드넓은 바다에서, 장애물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는 나쁜 기상 상태로 인해 전방의 시계를 확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욱한 안개나 칠흑같이 어두운 한밤중에도 배나, 차량 운전자가 특수 장비를 통해 전방의 장애물을 볼 수 있다면, 또는 아무리 안개가 짙게 드리워도 항공기 조정사가 이에 관계없이 비행할 수 있다면 항공기의 결항은 물론 안전 운항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밀리미터파 라디오미터라는 영상 장치를 이용하면 된다.

 라디오미터란 적외선 카메라와 같은 원리로 물체 방사되는 에너지를 마이크로파 대역 또는 밀리미터파 대역에서 물체의 밝기온도(brightness temperature)를 측정하는 장치를 말한다.

 또 올해 남해안에 발생한 적조의 피해는 다른 해에 비해 피해가 커 양식장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쑥밭으로 만들고 말았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와 같은 적조가 매년 발생하며 또한 넓은 바다에 적조가 얼마만큼 분포되어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적조 방재를 위해서는 적조의 발생 시기부터 적조의 이동, 분포 등에 대한 감시 장치가 필요한데 아직 적합한 검지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광주과학기술원 센서 시스템 연구실에서는 밀리미터파 라디오미터를 이용하여 적조 검지를 할 수 있다는 실험을 수행했다.

 이러한 장비를 항공기에 장착해 남해안 일대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적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면 적조 발생 지역 분포 및 이동의 경로을 추적할 수 있어 아주 효과적으로 적조에 대처할 수 있어 막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밀리미터파는 의학계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여러 불치병중에서도 암은 현대인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유방암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가슴 부위를 절개함으로써 신체적 손상에 따른 정신적 고통은 본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심한 고통인 것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암을 짧게는 3∼6개월 조금 길게는 1년만 빨리 암을 검지 할 수 있다면 신체적 손상 없이 치료를 통해 암을 완전히 제거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암을 조금이라도 조기 검지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기술이 많이 남아 있다.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의 온도는 보통 2도에서 4도 차이가 나는데, 밀리미터파 라디오미터는 물체의 밝기 온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높은 공간 해상도를 갖는 기술을 적용하면 건강한 세포와 암이 확장된 세포의 온도 차이를 측정해 암을 조기에 검지할 수 있다. 이러한 조기 암검지 장치 개발은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수행돼왔고 상용 제품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노인층이 증가함으로써 가정에서도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들의 상태를 항상 검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무선 정보 통신 기술과 접목해 사람이 몸에 장착하지 않고도 원거리에서 원격으로 신체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밀리미터파 신호검지 장치가 개발되고 있다.

 이것은 이미 잘 알려진 레이더 기술을 이용한 것이데 심장의 미세 박동상태, 혈관의 이상 유무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의용 밀리미터파 센서다.

 이와 함께 9·11 사건 이후로 전세계는 테러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으며 점점 지능화돼가는 테러 분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세계 각국들은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또한 신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항공기에 탑승하려면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고도 휴대형 검지기로 이중 검색울 하는 등 보안 검사가 아주 까다로우며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 폭탄이나 무기 검출에는 효과적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앞에서 잠깐 언급한 밀리미터파 라디오미터 영상 측정 장치를 이용하면 이 역시 효과적으로 검지할 수 있다. 아직까지 실용화돼지는 않지만 기술 개발 추세로 봐서 수년 이내로 곧 상용 제품이 소개되리라 본다.

 밀리미터파를 이용한 기술은 위에서 열거한 것 이외에도 아주 많은 부분에 걸쳐 응용이 될 수 있으며 이 기술은 단순히 정보 통신 등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의학부분까지 우리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 가치가 아주 큰 분야다.

 ◆ 김용훈 광주과학기술원 기전공학과 교수 yhkim@kjist.ac.kr

 <약력>

 ◇74년 경희대학교 전파공학과 학사

 ◇76년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석사

 ◇76∼80년 공군제2사관학교 교수부 교관

 ◇80∼83년 독일 베를린공과대학 항공우주연구소 연구원

 ◇83∼9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 우주항법연구소 선임연구원

 ◇90 년 독일 슈트트가르트 대학 공학박사

 ◇90∼94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우주전자 및 응용연구실장

 ◇95∼현재 광주과학기술원 기전공학과 교수

 ◇2000∼현재 밀리시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