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친일파 시비`로 확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 등 양측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의 정점인 KCC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11,12일)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 증자 일정(15,16일)을 앞두고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 진실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8일 ‘현대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국민여러분의 이해를 바랍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2.5% 담보 설정 등은 정몽헌 회장을 보호해주려는 것이었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의도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현 회장측은 이에 대해 ‘정상영 명예회장의 석명서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란 반박문을 발표, “정 명예회장은 처음부터 현대그룹 탈취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였으며 이번 사태와 관련 없는 김문희 여사를 지목,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정 명예회장은 “사모펀드는 현대 고위층의 요청에 의해 현대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회장측은 이와 관련, “정 명예회장이 확보한 290억원의 자금(담보분)은 유가족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정몽헌 회장의 차입금을 대신 상환하고 구상권을 행사, 엘리베이터 주식 70만주를 소유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KCC측은 현대 경영권확보를 위해 담보권 실행을 서둘러 줄 것을 해당 금융기관에 요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 명예회장측은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이 전혀 없을 뿐더러 김문희 씨의 대리인으로서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지분을 유가족에게 사전 지정 상속하는 확약서를 공증했다고 공개했지만 사후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약속대로 상속이 이뤄지리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 회장측은 “김문희 씨가 유가족 지정상속 확약서까지 작성한 상황에서 지분의 즉각적 증여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증여세 부과(약 50%)로 현 회장의 엘리베이터 지분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의도”며 “정몽헌 회장 차입금 상환 재원도 상속재산 처분에 따른 것이지 김문희 씨 자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