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리눅스 `공짜시대` 끝나는가

공격적 비즈니스땐 영세 업체 큰 타격

 ‘리눅스 공짜 시대는 끝났는가.’

 리눅스 유료화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리눅스 대표 주자인 레드햇이 내년 초부터 유료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닉스 저작권을 갖고 있는 SCO는 지난 3월 “IBM이 부당하게 유닉스 기술을 리눅스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IBM을 상대로 30억달러 상당의 리눅스 로열티 소송을 제기한 후 최근엔 ISV나 고객사에게 리눅스 관련 저작권 침해 혐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리눅스 진영의 움직임은 무료에 기반해 성장한 리눅스 시장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리눅스 유료화란=레드햇이 밝힌 리눅스 유료화 정책은 리눅스 커널 위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의 바이너리코드를 유료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에 FTP에 공개된 레드햇 9 ISO파일 등의 바이너리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

 레드햇의 이같은 정책변화는 우선 라이선스 판매, 컨설팅, 유지보수로 제한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레드햇이라는 리눅스 업체 스스로가 브랜드화를 통해 직접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한 마디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레드햇은 실제 최근 서버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하며 기업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시장에도 레드햇 코리아를 재정비하고 국내 대행사를 선정해 홍보를 강화하는 등 국내 시장 공략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박원철 레드햇 코리아 사장은 “기존에 FTP에서 다운로드해서 사용할 수 있었던 레드햇 리눅스는 내년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업데이트나 기술 지원이 종료되며 대신 기업이 요구하는 안정성과 확장성을 갖는 다양한 엔터프라이즈용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버 업체 반응=“미션크리티컬한 영역을 지원하는 리눅스는 절대 공짜로 제공할 수 없다.” 멀티SO 차원의 아이테니엄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국HP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리눅스는 비용 지불이 당연함을 강조한다. 사실 유닉스 서버에서 OS 가격은 별도로 책정되지 않았지만, 고가의 유닉스 서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다. 현재 레드햇의 커널을 이용하고 있는 한국HP는 이미 상용 버전을 사용하며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리눅스 아이테니엄 서버를 택하는 고객사는 기존 공짜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비싸다’라는 인식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국HP 전인호 이사는 “굳이 가격을 논하자면 ‘HP-UX, 윈도, 리눅스’ 순으로 리눅스 아이테니엄 서버 가격이 제일 싸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 공짜 OS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격인상에 부담스러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HP의 전략은 그만큼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것.

 리눅스가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사용되는 한 유닉스와 맞먹을 만한 안정성을 보장해야하는데 고객사가 지불하는 비용만큼 기술지원을 할 경우 정당한 비용지불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란 견해다. 한국HP는 이를 위해 미션크리티컬 업무의 리눅스 전용 서비스 팩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본사 차원에 소송이 걸려있는 한국IBM도 최근 노벨이 수세를 인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며 안정적인 리눅스 지원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국IBM 역시 “서버 가격에서 OS가 분리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출시한 파워칩 기반의 블레이드 서버를 ‘리눅스 전용 서버’로 결정하고, 저가형 서버로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그 첫 발이다.

 ◇시장 반응 및 전망=리눅스와 관련된 이같은 시장 변화는 무엇보다 리눅스가 기업용 시장의 중심으로 본격 진입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으로 해석할 만 하다. 특히 돈이 되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공짜의 미덕을 발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 리눅스는 MS 윈도의 독점에 반대하는 의미로 그 가치가 빛났고 시장이라 해도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하는 기술·연구 쪽의 호응이 높았던 터라 무가 전략이 맞아 떨어졌지만 적어도 비즈니스 논리가 주도하는 기업 시장에서는 공짜 전략을 펼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미지리서치나 리눅스코리아 등 국내 리눅스 업체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베디드나 보안 등 타 분야로 전환했기 때문에 레드햇과 같은 업체가 시장에서 당장 경쟁자로 맞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또 레드햇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 오히려 시장의 전체적인 규모가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반응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레드햇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영세한 국내 리눅스 벤처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서지 않겠느냐”는 중소전문업체의 고민도 주목할만 하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