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들의 부서 이기주의와 실적주의가 모바일 콘텐츠 아이디어를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위치기반 서비스, 그림친구, 벨소리, 게임, ARS 등을 서로 결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기획안을 속속 내놓고 있으나, 이동통신업체들의 부서간 협조가 원활치 못해 번번히 묻히고 있다.
대부분 이동통신업체들의 콘텐츠 부서와 담당자가 게임, 캐릭터, 벨소리, ARS서비스 등으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데다 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 기획안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통신사 내부에서도 부서 및 담당자간 실적 경쟁도 치열해 여러 부서의 협력을 얻어야 하는 모바일 콘텐츠 아이디어의 경우 대부분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들은 광고를 많이 하는 사업자들을 정책적으로 밀어주고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구사하다보니 CP업체들간 감당하기 힘든 광고 경쟁이나 이벤트 경쟁이 붙는 사례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한 모바일 게임업체 사장은 “모바일게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래픽을 화려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라인게임, 비디오 게임 등 타 플랫폼 게임에서는 즐길 수 없는 모바일게임만의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모바일게임과 캐릭터, 벨소리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동통신사 조직이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출시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경직돼 있다”며 “각 부서를 통합할 수 있는 조직이 나와야 모바일 콘텐츠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게임업체인 A, B사는 위치기반서비스(LBS)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기획안을 이동통신사에 제출했으나, 현실화되지 못했다. LBS를 활용하려면 중계기 등 콘텐츠 부서와는 전혀 별개인 부서까지 나서야 하는데 어느 부서가 주체가 될 것인지 부서간 의견만 오가다 아이디어가 사장된 것이다. 다른 모바일게임업체 C사 역시 ARS 서비스와 게임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캐릭터와 벨소리를 게임과 결합하는 다소 단순한 아이디어도 각 부서별 유료화 정책이 달라 현실화되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콘텐츠 장르 융합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CP업체들의 제안처럼 각 부서의 협조를 얻어 새로운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