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잘 모르지만 게임을 통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라요.”
월드사이버게임즈(WCG) 주관사인 ICM의 정수진 팀장(31)은 55개국에 달하는 WCG 참가국에서 지역 예선을 치를 현지 파트너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비행기에 오르다보니 연간 3∼4개월은 해외에서 보내야 한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된 신혼이라는 사실도 잊고 일에만 묻혀사는 맹렬여성이다.
세계 각국을 돌며 국가별 특성에 맞는 현지 파트너를 구해야 하고, 국가별로 실시되는 국가예선을 WCG의 이념과 방향에 맞게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을 지켜보며 도와줘야 한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형편이다.
“주말도 잊은 채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리고 빠듯한 일정의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보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어요. 그런데도 지치지 않는 걸 보니 제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 같아요.”
그녀는 세계 각지의 어린 게이머에서부터 네트워크 전문가 및 세계 게임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 총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게임을 통해 세계인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자신의 역할에 뿌듯하기만 하다.
다만 일에 매달려 사느라 남편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주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남편이 WCG의 컨셉트가 맘에 든다며 저에게 강력히 권한 일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딴소리는 못해요.” 신세대 여성임을 강조라도 하듯 권리를 주장하며 위안을 삼아보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는 남편이 한편으로는 너무 고맙고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미안할 따름이다.
그런 그녀가 요즘에는 재차 마음을 다잡고 세계 각국의 게이머들이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서 함께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사이버스타디움’ 구축에 나섰다. 그녀가 생각하는 ‘사이버스타디움’은 게임별로 존재하는 다양한 게임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어 놓은 세계적인 규모의 종합 게임 커뮤니티다.
이를 위해 그녀는 ‘사이버스타디움’에 게임 올림픽을 표방하고 있는 WCG의 이념에 맞도록 국가 대항전 개념을 담을 예정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지역의 게이머들도 국가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뭉쳐요. 바로 이런 점을 게임 커뮤니티에 도입해 캐주얼한 유저들이 쉽게 찾아 정보를 교환하며 어울릴 수 있는 장으로 게임 커뮤니티를 확대할 계획이에요.”
WCG 지역 예선을 관리하면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준 데서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가 이제는 온라인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