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벤처 `IT 두뇌 공동화`

 요즘 지방 중소 IT기업들이 고급 연구인력과 핵심엔지니어 부족으로 엄청난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이는 개별기업의 애로 차원을 떠나 소위 6T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지자체들의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선진국의 첨단기업 유치 계획에도 막대한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그간 정부가 이공계 기피 완화와 고급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노력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대책이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실효성이 없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과학기술 인력 부족현상이 심각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대덕밸리, 광주광산업단지, 부산센텀시티 등 클러스터들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확보해야 할 고급 연구개발 인력이 적게는 5000명에서 많게는 1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공계 기피로 인한 병폐가 기업과 우리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증거들이 지방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방기업의 고급 연구인력 부족 원인은 무엇보다 연구인력들의 ‘탈지방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는 지방 과학기술 두뇌의 공동화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 지방대학에서 배출된 인력들이 지역내 벤처기업에 들어가지만 이를 서울이나 조건이 좋은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한 경력 코스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방 IT벤처들의 연구인력 확보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안정적인 자리 보장에다 보수가 높고 사회적 위치와 자기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곳으로 인력이 옮겨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에 비해 모든 것이 열악한 지방 중기IT업체들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데에 있다. 그렇다고 연구 인력의 서울 지향적 성향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지방 중소IT기업들의 고질적인 연구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는 어쩌면 치유 불가능한 난치병일지도 모른다.

 지방 중소IT기업의 연구인력 부족은 최근 지자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0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사업에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산업 개발 주체가 될 연구 개발 핵심인력이 태부족한 마당에 너도나도 관련 산업 유치에 나선다고 해서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인력 부족으로 자칫 지방의 IT산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 인력은 지식사회에서 핵심적인 실물적 지식의 생산자로서 국가 경쟁력의 밑거름 역할을 한다. 따라서 첨단기술 인력자원의 수급 불균형을 제거하고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정부나 관련 단체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금부터라도 만성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지방 중소 IT업체 고급인력 부족현상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력정책을 수립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과기 인력 DB를 구축한다거나, 벤처 관련 기관들이 협력해 고급 기술 인력에 대한 인증교육을 실시해 이를 기업체에 연결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열악한 중소 IT기업에서 근무하는 과기 두뇌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세제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다양한 유인정책도 서둘러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