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할인점 등 일반 유통업체들이 신용카드 결제과정에서 도입하고 있는 ‘전자서명’ 제도가 합법성 논란에 휘말렸다.
주로 온라인 쇼핑몰 결제에 사용되던 전자서명은 최근들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자사인패드나 PDA기반 POS시스템 등을 통해 도입되는 추세다. 그러나 신용카드업계가 이를 ‘전자서명법’에 명시된 전자서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객이 일일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제시해야 오프라인환경에서도 ‘전자서명’으로 인증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결국 사설 인증 방법으로 유통회사, 신용카드회사, 고객 등 3자가 서로 합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백화점의 시스템 관리 담당자는 “이해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전자서명을 도입할 수는 있지만 분쟁 처리 방법과 카드사들이 요구하는 보안 수준 달성 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보안’이 가장 큰 문제=이번 논란은 지난 7월 이마트가 ‘전자서명제도’를 전지점에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오프라인 결제에서의 전자서명은 신용카드 계산시 별도의 전자사인패드에 전자펜으로 서명하면 결제가 되는 제도로 편리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마트는 개발 초기 국민·삼성·LG·비씨 등 4대 카드사와 결제 문제를 협의해 왔으나 비씨카드가 합법성 문제에 제동을 걸었다. 현재 이마트와 비씨카드는 법제처·재경부·정통부 등에 이를 전자서명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질의해 놓은 상태다. 비씨카드 가맹점업무팀 고기용 팀장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원본 입증 문제 등 주로 보안이 문제가 된다”며 “사설 인증이 과연 법적으로 보장 받을수 있는지의 확인 및 이마트와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마트 문제 해결에 촉각=이마트 외에 전자서명을 준비하고 있는 할인점과 백화점업계는 이마트 문제 해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잇따를 예정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전자서명제도 도입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할인점업체의 시스템 담당 상무는 “이마트와 비씨카드와 합의 과정은 관련업체들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미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지만 카드사들이 제동을 걸고 있어 이의 해결 과정을 지켜본 후 도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비씨카드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합법성 여부와 함께 제도 도입시 데이터 관리주체 결정, 매출표 대금 지급 여부, 보안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제도 개선 뒷받침돼야=이번 이마트와 비씨카드간의 마찰은 급변하는 IT환경을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정통부 정보화기획실 정영길 사무관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전자서명은 고객이 별도로 공인인증을 받지 않으면 전자서명법 효력은 인정받지 못한다”며 “현재 개발중인 생체 인증기술 등이 완벽해지면 오프라인에서도 편리하게 전자적 인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처 행정 법제국 정태용 심의관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환경을 제도가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데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마트 문제는 당국도 유권해석을 내리기 힘든 사안으로 법률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