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아름다운 조정?

자사주 매입 힘입어 닷새만에 상승 마감

 나흘 연속 하락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세계 1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실적 부진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큰 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과 외국계 매도세 약화로 장막판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일단 하락세는 진정=지난달 25일부터 7거래일 동안 상승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인텔 등 미국 반도체 종목들의 급락과 트리플 위칭 데이의 영향으로 4일부터 나흘간 5% 이상 하락했다. 10일에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12% 하락한 영향으로 장초반 43만6000원까지 밀리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1만주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과 외국계인 CSFB 창구를 통해 37만주에 달하는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날보다 1.80% 상승한 45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연구원은 “그동안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데다 펀더멘탈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막판에 반등했다”며 “이달 말까지 주요 펀드의 윈도 드레싱 등의 영향으로 상승이 제한되겠지만 내년 1월 하순까지 계속될 자사주 매입이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움직임에 촉각=최근 주가가 나흘 연속 하락한 것은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매도가 큰 원인이 됐다. 외국인들은 11월 지수 조정 당시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2007억원 가량 순매수했는데 이 달들어 9일까지 7거래일간 2149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10일에도 골드만삭스·JP모건등 외국계 창구를 통해 36만주 가량의 매도 주문이 나왔으나 CSFB창구를 통해 37만주 가량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팽팽한 양상을 보였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외국계의 움직임을 주시해봐야겠지만 펀드멘탈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외국계 매도세는 진정 국면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전망은=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인 편이다. 하지만 우리증권은 10일 내년 상반기까지 주가 하락쪽에 영향을 미칠 악재가 더 많다며 주가상승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최석포 연구위원은 “인텔의 주가 조정 가능성과 1∼2월 중 D램가격 3달러 초반대 하락 예상, 연말 PC경기 부진으로 인한 D램 및 TFT-LCD의 주문 감소 가능성 등 악재 요인이 많다”고 내다봤다. 최 위원은 또 “디지털기기의 수요 확산에 힘입어 NAND플래시 메모리부문의 고속성장이 전망되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 ST마이크로와 하이닉스 연합의 신규참여로 수급상황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내년 상반기 영업 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등 펀더멘탈상으로도 주가상승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평균’의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LG투자증권의 구희진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설비 투자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각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이 높은 게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특히 내년에는 기존의 D램과 휴대폰 외에 플래시 메모리와 LCD 분야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가세,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