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업체들은 이미 ‘유비쿼터스로 돈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뛰고 있다. 소니의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를 필두로 히타치(유비쿼터스 추진센터), 후지쯔(유비쿼터스 사업추진부), 미쓰비시(유비쿼터스 영상기술부), 후지제록스(유비쿼터스 미디어사업개발부)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은 유비쿼터스 분야에 핵심 역량을 소리없이, 그러나 빠르게 집중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띠는 기업이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부활하는 일본 전자업체의 상징인 마쓰시타다. NTT도코모는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의 확충과 업그레이드를 축으로 유비쿼터스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마쓰시타도 자신들이 가진 모든 기술력을 유비쿼터스에 접목시켜 ‘전자기술의 총융합’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도쿄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한적한 시골 요코스카시에는 일본 전파·정보·통신기술 연구의 본산인 YRP(Yokosuka Research Park)가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노키아재팬, 소니에릭슨모바일커뮤니케이션, KDDI 등 이동통신 업체는 물론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인 히타치, 도시바, 캐논 등의 R&D센터가 자리한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R&D 본산이다.
단지내 주거시설 상주인원 1600명을 포함해 1만1100명의 연구원들이 세계를 리드할 기술 개발을 위해 여기에 모여있다. NTT도코모 R&D센터 역시 이곳에 둥지를 틀고 유비쿼터스 전략을 실현시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코모의 유비쿼터스 애플리케이션=NTT도코모 R&D센터가 가장 먼저 앞세운 캐치 프레이즈는 ‘우리들은 꿈을 실현시킨다(We change the dream to the reality)’다. 또 도코모의 강점인 이동통신망 지배력을 업그레이드시켜 새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다.
도코모의 관계자는 “아키텍처 혁명이 도래할 것이며 이는 가상공간이 아닌 ‘실공간(real)’의 변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재팀의 질문은 ‘도코모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 돈을 벌 것인가’에 맞춰졌다. 이동통신업체가 유비쿼터스 시대를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는 이미 식상한 주제다. 이보다 지금 준비하거나 상정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가르쳐달라는 것이다.
도코모가 제시한 답은 ‘OCM(Object Comunication Management)’이었다. OCM을 구현하기 위해 트럭에서 자동판매기까지 물류·유통에 관련된 모든 물체에 칩(센서)이 내장된다. 그리고 옷, 식품 등 모든 상품에 전자태크가 내장된다. 유비쿼터스 터미널로는 휴대폰 등 휴대형단말기와 TV 등 이용자의 곁에 있는 전자제품들이 활용된다. 그리고 도코모는 이들 모두를 공간에 상관없이 묶는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여기서 비즈니스 기회를 노린다.
네트워크를 제공해주고 제공료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유비쿼터스 시대에 가장 중시되는 시큐리티와 인증을 책임져준다. 다양한 정보를 가져올 때 인증비용을 내도록 한다는 것. 도코모측은 ‘이런 네트워크의 기본 기능이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미래 애플리케이션은 ‘오감 통신’이다. 인터페이스를 통해 문자만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향기를 맡고 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미 오감통신 기술은 확보돼 있으며 실현을 위한 상용화작업이 남아있다고 도코모측은 설명했다.
일례로 일본에 있는 조각 디자이너가 프랑스에 있는 프로젝트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 프랑스의 업체가 제품 계획서와 조각을 위한 원석 자료를 보내주면 디자이너는 마치 직접 작업을 하듯 오감통신을 통해 조각품을 만든다. 물론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 돌을 다듬는 손의 촉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완성품을 다시 프랑스로 보내는 식으로 프로젝트를 진전시킬 수 있다.
◇도코모의 비전, 매직(MAGIC)=도코모의 비전은 매직(MAGIC)이다. M(Mobile Multimedia), A(Anytime, Anywhere, with Anyone), G(Global Mobility Support), I(Integrated Wireless Solution), C(Customized Personal Service)의 약자다. 이를 위해 R&D센터는 중점 기술 항목을 정하고 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코모는 매직이란 비전 하에 주요 애플리케이션 타깃을 항목별로 정해놓고 있다.
원격교육시스템, e캐쉬(cash)시스템, e코머스&유통시스템, 텔레컨퍼런싱시스템, 모바일타운모니터링시스템, 비전글라스(Vision Glasses), 너싱에이전트(Nursing Agent), 원격진료시스템, GPS시계, 모바일버추얼랩(Mobile Virtual Laboratory), 원스톱 보딩 시스템, 버스 온디멘드 시스템 등이다.
도코모의 관계자는 “이미 매직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일본 유비쿼터스 시대는 물론, 전세계 유비쿼터스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도코모의 야심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 마쓰시타의 유비쿼터스 전략
“2005년에 5조5000억엔 eNET 시장이 열린다.”
마쓰시타의 유비쿼터스 사업을 총괄하는 쿠시키 요시아키 상무는 지난 10월 도쿄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00Mbps 홈네트워크 가전용 IPv6 모듈, 홈네트워크 가전용 리얼타임 제어기술(KEBAB) 등 유비쿼터스시대로 진전하는데 디딤돌이 될 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사회를 앞둔 홈네트워크가전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고 전제하며 “초기 시장으로 eNET이 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NET 시장은 1단계로 99년 아이(i)모드를 앞세운 휴대폰의 인터넷 접속을 통해 자리잡았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2단계는 디지털TV 등 AV기기의 네트워크화, 3단계는 통신관련기기, 백색가전, 전화기 등 모든 전자기기로의 확장”이라며 마쓰시타가 2·3단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비쿼터스 가정을 지배한다=마쓰시타는 유비쿼터스 가정을 지배하기 위한 키워드로 ‘이지 네트워킹(easy networking)’로 내세우고 있다. 유비쿼터스 가전제품 역시 예전의 가전제품처럼 누구나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한다는 논리다.
마쓰시타는 올해를 유비쿼터스 가전 시장을 향한 출발점으로 삼고 첫 전략으로 ‘T내비게이션’ 서비스에 대응하는 TV를 발표했다. T내비게이션은 TV 리모컨을 한번 누르기만 하면 전용 포털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 휴대폰과 연동 가능한 브로드밴드 대응 DVD리코더인 ‘디가’를 선보였다. 여기에 향후 가정내 홈네트워크 가전간 상호 통신을 상정한 주도권 장악을 노리고 홈네트워크 가전시스템인 ‘생활네트워크’를 내놓았다.
◇eHII 하우스=마쓰시타가 그리는 유비쿼터스 가정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eHII(electronic Home Information Infrastructure)’다.
홍채 인식을 통해 현관문을 열고 eHII에 들어가면 로봇에이전트가 반갑게 말을 걸어준다. 로봇에이전트는 가정내 모든 가전기기들과 네트워크로 연결, 이를 제어할 수 있다. eHII에 사는 이용자는 음성을 통해 로봇에이전트에게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 eHII에는 버추얼 에이전트가 여럿 살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등 식구들은 각각 자신의 에이전트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면 아버지의 음악 취향을 아는 에이전트는 클래식을 배경음악으로 깔아준다. 직장에서 못다한 일을 하고 싶다고 하면 직장내 업무 에이전트와 커뮤니케이션을 해 필요한 데이터를 받아와 집에서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에이전트는 학습 능력이 있다. 아버지가 요즘 RPG 게임에 빠져있어 한두번 이들 정보를 찾아달라고 명령을 내린다고 하자. 이를 학습한 에이전트는 새로운 RPG게임이 나오면 이를 스스로 찾아놓고 아버지에게 알려준다.
아버지가 가족여행을 계획한다면 이를 위해 일일이 가족회의를 소집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만 하면 된다. 아버지의 에이전트는 다른 식구들 에이전트를 모아놓고 가족들의 취향 데이터와 최근 일정을 조율해 최선의 여행안을 내놓는다.
마쓰시타의 관계자는 “미래의 생활은 분명히 지금과 다를 것”이라며 “유비쿼터스 가정에선 모든 기기들이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돼있어 식구들은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의식도 없이 그냥 편리하게 삶의 여유를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팀장: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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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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