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사회 정상회의 폐막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차 못좁혀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세계 정보 격차 해소와 바람직한 디지털 기술 발전 방향 논의를 목적으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 정보사회 정상회의(WSIS)이 12일(현지시각) 3일간의 일정을 마쳤으나 일반론을 넘어선 구체적 실천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국제연합(UN)과 국제통신연맹(ITU)은 오는 2010년까지 세계 모든 교육기관과 마을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세계 인구의 90%를 휴대폰 등 무선으로 연결한다는 야심찬 구상 아래 5년간 WSIS를 준비해 왔으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현격한 의견차를 좁히진 못 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는 △정보 격차 해소 위한 국제 기금 마련 △인터넷 감독 국제기구 창설 △언론의 자유 및 인권, 저작권, 표준 문제 등이 논의됐다.

 개발도상국들이 강력히 주장한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 기금 설치는 선진국들의 미온적 태도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미국 주도의 인터넷 감독 권한을 국제 기구로 이관하는 문제는 별도의 연구팀을 구성해 오는 2005년 2차 WSIS에서 보고하도록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에게 요구하기로 일찌감치 ‘합의’했다.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의 반발로 언론의 자유와 정보 인권의 문제가 성명서에서 빠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으나 이 부분은 선진국의 의사가 대부분 반영됐다.

 선진국 정상들은 대거 불참하고 약소국 정상들만 참여함에 따라 진정한 세계 회의의 면목을 갖추지 못한 채 대부분의 문제를 2005년 튀니지에서 열리는 2차 회의로 떠넘겼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정보화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 발전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이번 행사의 성과로 평가된다. UN 사무총장의 정보화 자문관 니틴 데사이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들은 기술이 정부와 시민,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