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자동판매기가 신종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자판기 관련 사기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금감원에 의해 적발돼 사법당국에 통보된 ‘불법자금 모집업체’는 총 85개사. 이같은 추세라면 올연말께면 지난해 적발 실적(154개사)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중 상당수가 자판기 관련 부당 판매행위일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의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같은 기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자판기 관련 피해상담건이 총 743건에 달한다”며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신문광고 등에 연일 게재되는 각종 자판기의 설치·임대 유혹에 현혹되지 말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복권자판기 임대·분양사업에 투자하면 5개월만에 원금의 60%를 이자로 돌려주겠다며 300여명으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인천 서구에서 미장원을 경영하는 이모씨도 지난 6월 ‘한대만 설치하면 월세돈 정도는 충분히 뽑는다’는 자판기 방문판매원의 말에 솔깃, 530만원을 주고 미장원에 음료수 자판기를 설치했다가 고초를 겪었다. 이씨는 “‘아무때나 반품이 가능하다’는 방판원의 말만 믿고 반환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잔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협박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팀장은 “지난해말 공정위 승인을 획득한 ‘자동판매기 매매표준약관’을 꼼꼼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자판기 구입자의 지위가 기존에는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로 분류돼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웠으나 약관의 시행으로 상당부분 소비자로서의 권익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매매표준약관에 따르면 △설치일로부터 3개월내 구입자 과실없이 판매업자가 명시한 예상수익이 못났을 때 △판매업자가 허위·과장 표시광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 받았을 때 △자판기 설치 자체가 법규 위반인데도 판매업자가 이를 숨겨 알리지 않았을 때 등에 한해 구매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수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기발한 아이템을 발굴해 놓아도, 이같은 피해사례 몇건 알려지면 한해 1000억원대 정도밖에 안되는 국내 자판기 시장은 꽁꽁 얼어붙는다는 얘기다.
서울시자동판매기판매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이른바 ‘투잡스’족이 늘어나면서 부업형태의 자판기 운영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자판기 산업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라도 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자판기 사기업체 식별요령 7가지>
1. 업체현황 공개에 인색한 업체
2. 터무니없는 고금리, 고배당금 지급을 약속하는 업체
3.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지급보증을 한다는 업체
4. 투자원금의 100% 이상의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업체
5. ‘정부등록법인’임을 강조하는 업체
6. 다단계 또는 방문판매 형식으로 원금 또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업체
7. 유사금융상호가 아닌 일반적인 상호를 사용하며 자판기 투자를 권유하는 업체
<자료=금감원(http://www.fs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