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개발한 제품을 선별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과 달리 한국HP가 한국형 제품을 직접 기획하는 등 현지 밀착형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HP의 PSG사업부(부문장 이홍구 부사장)는 지난달 국내 가정 시장을 겨냥한 슬림 데스크톱 PC인 ‘파빌리온 V’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본사나 다른 지역에서 판매하지 않는 한국형 제품으로 한국HP가 협력업체인 삼보컴퓨터에게 제품 설계를 의뢰해 선보인 제품이다. HP는 기업용 데스크톱 PC의 경우 슬림 PC를 내놓고 있지만 주요 시장인 미국이나 유럽지역에서 가정용 PC에 대해서는 슬림 PC요구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슬림 PC를 내놓지 않았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이와는 정반대 상황.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등이 가정용 슬림 PC를 지난해부터 출시하면서 국내 가정용 PC시장의 50% 이상을 슬림 PC가 차지했다. 이홍구 부사장은 “본사 로드맵을 따르지 않고 현지에서 독자적인 제품을 기획해 판매하는 것은 극히 드문예”라며 “이 때문에 설득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밝혔다.
슬림 PC에 이어 한국HP는 최근 KT와 제휴, 한국형 PDA까지 출시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제품 역시 미국 본사가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HP와 KT가 기획하고 국내 PDA업체가 개발하게 된다. 물론 본사에서 일정부문 기술 지원을 하게 된다. 이홍구 부사장은 “한국HP가 기획한 제품은 우선적으로 국내에서 소개될 예정이지만 중국이나 홍콩, 유럽 지역에도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판매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충분히 시장성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한국HP PSG부문을 2년만에 3위권으로 끌어올린 이홍구 부사장의 성과와 경쟁사인 델에 비해 HP가 한국 시장에 크게 앞서있다는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