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T 모니터 다시 뜨나

LCD 패널 만성적 수급 불안·낮은 마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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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 업체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형 모니터업체들이 이미 한물(?)갔다고 평가받는 CRT모니터를 주력으로 내년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세계적인 대세를 굳히고 있는 디스플레이의 평면화에 반기를 든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LCD패널 수급 불안, 낮은 마진 등을 이유를 들고 있지만 속내는 더이상 LCD패널업체들에게 끌려다니지만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내년 상반기 주력제품은 CRT모니터=삼성전자와 LG전자는 LCD모니터 가격 인상과 함께 내년 상반기에는 CRT모니터 판매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내년 상반기 17인치, 19인치 완전평면 모니터와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된 멀티미디어 CRT모니터를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측은 내년 전체 판매량의 57%인 총 1600만대의 CRT모니터를 판매할 계획이지만 내심 1700만대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유럽지역이나 북미지역은 LCD모니터로 시장이 완전히 전이됐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남미 등은 LCD모니터 가격인상에 따라 CRT모니터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LCD패널 수급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CRT모니터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CRT모니터의 순익율이 LCD모니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CRT모니터 판매가 늘어날 수록 수익성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게다가 소니 등을 포함한 일본계업체들이 CRT모니터 라인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 LG전자, AOC 등 소위 세계 3대 모니터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CD 모니터 가격은 올리고=삼성전자는 지난 9월부터 LCD모니터 국내외 판매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인상폭은 대략 5달러에서 많게는 15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 회사는 17인치 LCD모니터의 국내 판매가도 지난 11월, 12월 각각 2만원씩 인상했다. LG전자 역시 지난 9월부터 해외 지역에 한해 LCD패널 가격이 오른만큼 LCD모니터 가격을 인상했다.

 국내 가격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해 아직까지는 인상하지 않았다. 대만의 모니터업체들도 10월, 11월 두달 연속 LCD모니터 판매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내년 1월에도 LCD모니터 판매가격은 소폭 인상할 계획”이라며 “LCD패널가격은 올해 상반기부터 꾸준히 인상됐지만 모니터 판매가격은 오히려 인하돼 이제 인상하지 않고서는 마진을 유지하기 어렵기때문”이라고 밝혔다.

 ◇LCD패널 가격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듯=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는 LCD패널업체들은 이러한 모니터업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 삼성전자 AMLCD의 한 임원은 “국내 대형 모니터업체들이 LCD패널 수급이 여의치 않으면서 CRT모니터로 주력 제품을 전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LCD 패널 가격이 더 인상될 경우 지난해처럼 LCD수요가 급감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1분기에는 가격 인상을 극도로 자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