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유인우주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중국과학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만약 우리나라가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면 과연 어떤 현상이 발생했을까? 내부적으로는 온 국민에게 우리 과학 수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과학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효과를 냈을 것이며, 세계적으로는 우리 과학수준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이런 사건은 노벨상을 받는 효과와 동일하거나 더 높다고 생각한다. 유인우주선의 성공적 발사나 노벨상 수여가 주는 효과는 과학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유도, 현재 사회 문제화된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일거에 불식시킬 것이다.
선진 과학 입국을 꿈꾸는 국가들이 전체 국가 과학 예산의 많은 부분을 대형 과학 기반 시설 확충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다. 대형 과학 기반 시설은 한 국가의 과학 수준을 대변한다. 또 첨단 과학 기반 시설이 제공하는 여러 실험적 결과는 대체적으로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조명해 주기 때문에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형 과학 기반 시설이 갖추어지려면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과학 발전에 대한 의지와 전략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의 예산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기 때문에 국민적인 이해와 지지 또한 필수적이다. 더불어 이러한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과학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첨단 기초 연구가 가능한 대형 과학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미진하나마 진행 중이다. 대규모 장기 국책 사업이 활기를 띠어 명실상부하게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세계속의 과학자로서 위치를 인식할 수 있다면 현재 과학계에서 제기하는 단기 과제 위주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반 시설 건설의 예가 바로 포항 방사광가속기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외적으로 우리의 기술력이 인정됐을 뿐 아니라 세계 방사광가속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첨단 연구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우리들도 자력으로 초대형 과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과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많은 꿈과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몇 가지 초대형 과학 기반 시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소에서 건설 중인 ‘인공 태양’ 초전도 핵융합장치, 원자력연구소에서 추진 중인 양성자가속기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기초 과학을 이끌어갈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는 과학 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국가의 장기적인 과학 전략 수립과 그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때다. 그 핵심에 첨단 과학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같은 기반시설 구축이 선행돼야 우리도 선진 과학입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
◆ 포항가속기연구소 남상훈 가속기부부장 nsh@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