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주최한 정보사회정상회의(WSIS)가 12일(현지시각) ‘정보시대 헌장’과 25개의 행동강령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175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3일간 열린 이번 회의는 전세계 정부 관리들이 ‘세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에 채택한 헌장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온 인류가 ‘평등한 정보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범세계적으로 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헌장은 오는 2015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웹이나 전화 등 전자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 인구가 3000만명이 넘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뚱맞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직 세계인구의 절대 다수는 인터넷 사용을 못하는 ‘인맹’이다. 선진국 인구의 16%가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참에 WSIS가 세계각국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헌장을 마련하고 행동강령을 제시한 것은 후진국의 정보 소외가 결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하지만 일본· 유럽연합(EU) 등 일부 부국의 반발로 빈국의 정보화를 지원하기 위한 펀드 창설이 실패로 돌아간 점은 슬픈 소식이다. 펀드 결성 무산 소식은 퀭한 눈의 아프리카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6명만 거치면 세계 어디에 있는 누구라도 서로 아는 사이라는 이론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가난한 나라의 ‘그들’은 결코 ‘우리들’과 무관하지 않다. 정보화가 빈국의 기아·무지·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모든 나라가 기꺼이 나서야 한다.
남다른 ‘촉각’을 가진 어느 시인은 “내가 지금 배부름으로 인해 누군가가 어디에서 배고플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폐막 연설처럼 아프리카 등 빈국의 정보화를 위해 지금부터 우리는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방은주 국제기획부 차장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