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의 공시청수신설비이용방송(SMATV) 허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인해 최근 유료 방송 시장이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SMATV란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등 대규모 공동 주택단지의 공시청 수신설비를 이용해 방송신호를 받는 것으로 스카이라이프 출범 이전부터 법적 근거 도입을 놓고 케이블TV 사업자와 위성방송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이룬 해묵은 현안이다.
의원 발의로 추진중인 방송법 개정에서 SMATV 부분 허용을 위한 개정안이 제외되면서 한동안 사업자간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았으나, 최근 정통부가 관련 규칙 개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문제가 올해 뉴미디어 업계의 막바지 현안으로 떠올랐다.
공동 주택의 유선 전송선로 설비 등을 이용해 사업을 해온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기존 사업자의 역무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스카이라이프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시청자의 볼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맞서왔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법 개정은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가 사업자간 공방이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O업계 ‘기존 사업자 면허권 침해다’=SO는 위성방송의 SMATV 도입을 방송 역무의 침해라는 점에서 일관되게 반대한다. 특히 최근 정통부가 ‘텔레비전공동시청안테나시설 등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사실상 위성방송의 SMATV 도입 근거를 마련하자 강력히 반발했다.
정통부는 개정 배경에서 ‘공동주택 입주자의 시청 권익 증대를 위해 음영지역 및 전파 간섭 발생시에도 모든 TV 방송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히고 SMATV 실시를 위한 추가 주파수 대역을 명시했다. SO업계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관련 규정이 모호할 뿐 아니라 음영지역 해소를 위해 위성방송 전송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건축비 상승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스카이라이프가 음영지역 해소를 위해 개발한 리피터를 활용할 수 있으며 외관이 유리로 된 사무용 건물 등 위성안테나 설치가 불가능한 건축물에만 이번 개정령에 의거해 위성 공시청 설비를 제한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방송위원회 등에 건의했다.
또 RO와 공동 주택 가입자 유치를 놓고 한바탕 출혈 경쟁을 치른 SO들은 스카이라이프의 가세로 인해 중계유선과 위성방송의 번들링은 물론 불법 유사 홈쇼핑 증가 등으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카이라이프 ‘시청자의 볼 권리 침해다’=이같은 SO의 주장에 대해 스카이라이프는 기득권 사업자인 케이블TV 방송사업자가 공동 주택 가입자의 볼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함은 물론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논리를 고집한다며 SMATV 도입 허용을 주장해왔다.
특히 공동 주택 옥상에 공시청 안테나를 설치하는 SMATV 방식 대신 SO의 주장대로 주상복합건물이나 아파트의 각 가구마다 접시 안테나를 설치하는 방식으로만 영업해야 한다면 사실상 위성방송에 가입하고 싶어도 못하는 가입자가 다수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SO측이 통신사업자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통신, 케이블TV 등 국가적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온 만큼 후발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가 기존 사업자의 유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논리다.
◇전망=SMATV를 놓고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이와 관련한 법적 근거는 전무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강남 주상복합건물이나 신축 아파트 단지 등을 대상으로 꾸준히 SMATV 영업을 추진해왔다. 스카이라이프의 SMATV 마케팅 지역을 중심으로 법적 소송 등 사업자간 갈등이 비일비재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통부의 규칙 개정안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일단 모법인 방송법 개정을 우선 추진하고 사업자의 역무 구분 등에 대해 보다 명확한 근거 규정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실질적인 SMATV 도입 근거의 마련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의 과도기일지라도 갈수록 과열되는 SMATV 실시 논란과 충돌을 잠재울 만한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는 것이 방송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 케이블TV, 위성방송 양측 입장
◇ 케이블TV 업계 - 김영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국장
위성방송의 SMATV 도입 문제는 케이블TV 방송 사업자의 방송 면허권 침해라는 측면에서 명백히 부당하다. 이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던 의약분업과 동일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여부를 일단 접어두고라도 케이블TV 업계가 지속적으로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SMATV란 공동주택 등에 설치한 유선방송 전송·선로설비를 이용해 위성체를 통한 방송을 중계 송신하는 것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및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의 기본 전송·선로설비 역무이다.
방송법 제2조에 명시된 방송 기본 역무를 침해하는 타 매체방송사업자의 SMATV 허용 추진은 유선방송사업자의 기본 사업권을 침탈하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현행 방송법상 방송사업자의 정의 및 역무 경계를 원천적으로 허무는 행위다.
전국 유일의 상업위성방송에게 전국 가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동주택단지의 전송선로설비까지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전국독점위성방송사업자에게 전국케이블TV 사업면허를 주는 것으로 위성방송에 대한 큰 특혜가 될 것이다.
또한 스카이라이프에 대한 SMATV 허용은 RO의 불법 유사 홈쇼핑 송출을 부추기는 등 유료 방송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소규모 지역케이블TV사업자와 스카이라이프간의 시청자 확보를 위한 무한 덤핑 경쟁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의 붕괴도 우려된다.
최근 정통부가 실질적으로 SMATV를 전면 허용해주는 규칙 개정을 추진중인데 이 역시 상당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일단 하위법인 규칙의 조항이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해 향후 사업자간 충돌 등으로 인한 민원 발생 가능성도 높다.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음영 지역을 100% 해소할 수 있는 리피터를 자체 개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통부가 일부 위성방송의 음역지역 해소를 위해 국내 모든 신규 공동주택에 위성방송 공동수설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중복 투자다.
방송위원회는 현행 방송법을 개정·보완하여 종합유선방송 전송선로설비에 공시청 전송선로설비가 포함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SMATV 역무 소관을 명확히 하고 유사 SO의 난립을 강력히 규제해 유선시장 통합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 위성방송 -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최근 갈등의 씨앗으로 등장한 SMATV 문제에 케이블TV방송사업자들은 “전송선로를 이용한 일체의 사업방식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방송사업권이고 위성방송사업자의 사업권은 개별위성안테나를 이용한 직접수신방식을 의미하기 때문에 SMATV의 허용은 SO의 사업권을 침해하는 불법방송행위”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대로라면 서울 강남의 타워펠리스 등 수많은 주상복합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 초고층 건물인 주상복합건물은 어떠한 부착물도 외부에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공동주택과 도심을 가득 메운 사무실 건물에서는 위성방송은 보지 말고 그저 디지털 전환을 꿈꾸는 아날로그 케이블TV만을 시청하라는 것과 같다.
이것은 명백히 국민의 자유를 위반하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방송수신 방식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 케이블TV업계의 주장대로라면 지상파 방송도 일명 잠자리 안테나라고 일컬어지는 지상파 수신용 안테나 이외의 방법으로는 수신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부분의 공동주택에서는 MA(Master Antenna)를 통해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데,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도 역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또 케이블TV사업자들은 “통신 및 전력, 케이블TV 등 국가차원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 산업에서 기존사업자(공기업 포함)의 설비는 후발사업자의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한다. 위성방송은 바로 케이블TV가 주장하는 국가 차원의 네트워크 인프라다.
그렇다면, 기존사업자인 케이블사업자들은 후발사업자인 위성방송이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필수적으로 기존 사업자의 설비를 이용하도록 하는게 맞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SMATV 문제의 해결은 원활한 방송 서비스 수신을 위해 ‘시청자가 무엇을 원하는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업자가 자기 시장 지키기를 위해 시청자에게 권리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는 문제다. 또한 케이블TV사업자 스스로도 주장했듯이, 국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기존사업자인 케이블사업자는 그동안 지상파 방송과 공유하였던 MA망을 위성방송과도 공유해야하는 때가 왔다. 이제는 내 울타리만 지키기 위해 대문을 걸어잠글 때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변화에 적응해야 할 때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