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4700여명의 정보기술(IT) 관련 일자리를 인도·중국에서 소싱키로 했다. 중국도 포함돼 있지만 주는 어디까지나 인도가 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인도 SW산업의 경쟁력과 위력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왜 인도·중국인가=인도는 이미 기술력과 자유롭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저임금의 우수 인력을 바탕으로 해외 기업들의 아웃소싱 기지로 각광받아 왔다. 실제로 IBM은 미국내 프로그래머에 대해 1인당 연간 7만5000∼10만달러를 지불하는 반면 인도에서는 석박사 인력고용에 연간 1만∼2만달러면 충분하다.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까지 미국 컴퓨터 서비스 종사자 및 프로그래머 10명 가운데 1명이 해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 영향으로 미국 IT분야에 종사하는 취업자 약 1030만명 가운데 50만명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도 아웃소싱으로 인한 자국 일자리 감소가 정치 문제가 될 정도다. 그럼에도 최근 인도는 단순 소프트웨어 개발 하청이나 아웃소싱을 넘어 핵심 R&D나 전략 컨설팅 영역까지 손을 뻗치며 선진국의 전유물이던 고부가가치 지식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제조공장’이라면 인도는 ‘세계의 소프트웨어 엔진’이 된 것이다. 중국 역시 최근 미국 등지에서 공부한 두뇌의 유치전이 활발해 지면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업체 등으로부터 프로그래밍 아웃소싱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향배는=뉴욕타임스는 최근 다국적 기업들의 인도 R&D센터가 최근 미국의 특허 발전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스코, GE, IBM, 인텔, 모토로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주요 IT 기업들의 인도 R&D센터도 최근 2년 동안 미국 특허청에 1000여건 이상의 특허를 신청하는 연구력을 과시했다.
세계적 IT기업들의 인도소재 R&D센터의 특허신청 건수는 이들의 진출이유와 성과를 말해 준다. 인텔은 최근 22개월간 초고속 무선인터넷용 반도체 설계를 포함한 60여건의 특허를 신청했고, 20년된 TI는 225건의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 TI의 최신 칩도 인도에서 개발됐다. 인텔은 내년에 방갈로르의 새 R&D 센터에 입주하면서 인력을 현재의 2배인 3000명으로 늘리고, 무선인터넷 칩 등 핵심 과제에 대한 연구도 계속한다. 1000명의 현지인을 고용한 TI는 2005년까지 2500명으로 늘린다. 20년 전 6명으로 시작한 모토로라의 인도 R&D센터는 지금 1200명의 거대 연구소로 성장했다.
◇세계SW산업 엔진 급부상=특히 인도가 주목받고 있다. 그간 미국 등 세계 IT기업을 대상으로 하청 아웃소싱에 주력하던 인도 IT 서비스 업체들은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기업들은 최근 미국·유럽의 초1류 컨설턴트들을 대거 영입, 서구 유명 컨설팅 업체의 전유물이던 다국적 기업들의 대형 전략 컨설팅 사업까지 넘보고 있다.
외신은 인포시스·와이프로·타타 등 인도 IT 서비스 업체들은 저가 서비스 업체라는 이미지를 벗고 고부가가치 사업의 비중을 높일 움직임을 일제히 소개하고 있다. 외국인 컨설턴트가 인도 회사에 고용되는 사례는 물론 해외에서 오래 활동한 인도 기술 인력이 인도로 돌아오는 ‘두뇌 유입’도 잇따르고 있다.
인도가 천연자원이나 저임금이 아닌 첨단두뇌와 SW설계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첫번째 국가가 되리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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