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 중 생산의 해외이전을 추진중이거나 검토중인 곳이 절반이 훨씬 넘는 64.7%에 달했다. 반면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불투명한 경제·경영 환경 속에서도 내년에 R&D 투자와 연구원 수를 올해보다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 회장 허영섭)가 최근 내놓은 ‘2003년판 산업기술백서’에 담겨있다. 이 백서는 △국내외 경제·경영 및 연구개발 환경분석 △연구개발활동 분야별 동향 및 당면 과제 도출 △산업기술개발 지원정책별 현황, 문제점, 개선 방안 모색 등을 목적으로 발간된 것이다. 조사에는 부설 연구소를 보유한 624개기업이 참여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생산기지 이전=기업들은 해외 생산기지 이전에 적극성을 보였다. 조사 결과 해외 생산기지를 보유한 기업은 10.1%. 그러나 현재 해외 이전을 추진중인 기업이 19.4%고, 구체적인 계획이 잡히진 않았으나 이전을 검토중인 곳(35.2%)를 포함할 경우, 전체적으로 64.7%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여 제조업 공동화 현상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 희망 지역으로는 10명 중 약 7명(69.3%)이 중국을 선택했다. 특히 조사대상 대기업의 91.6%가 중국을 지목, 중국이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화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중소기업은 66.9%가 중국으로 가기를 희망했다. 다음으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가 17.5%로 뒤를 이었다. 미국은 5.8%. 생산기지 해외 이전 이유로는 ‘국내보다 저임금’이기 때문이라는 업체가 57.9%(복수응답)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가운데 △넓고 충분한 시장(40.0%) △풍부한 인력(33.1%) △해당국의 파격적 지원(18.6%) 등의 순이다.
◇R&D투자=그러나 둘 중 한개 이상의 기업(53.5%)이 내년엔 올해보다 R&D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41.2%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올해보다 ‘10% 이상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대기업(14.2%)보다 중소기업(27.2%)들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 ‘어려울때 투자하라’는 마인드가 중소기업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지난달 산업은행이 발표한 2004년 기업 설비투자계획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이 내년에 평균 23.5% 가량 설비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것과 비교된다.
또 내년도 연구원 확충 전망에 대해 절반이 넘는 51.1%가 ‘올해보다 연구원을 확대 충원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단 2.6%에 그쳤다. 학위별 충원 예정자는 석사급이 49.4%로 가장 높게 나타나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배정 확대 등 우수 이공계 석사급 인력의 양성 배출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특히 핵심 R&D인력의 아웃소싱 희망 기관으로 해외기업과 국내 대학을 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R&D 애로와 정책방향=민간기업들은 여전히 인력과 자금부족 등 애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도 최근 R&D 활동상의 애로에 대해 기업들은 R&D 자금부족과 인력확보·유치·양성·보직·이직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았으며 ‘연구개발기획 및 전략 수립’ ‘기술정보 부족 및 기술 유출’ ‘연구기자재 및 시설 부족’ ‘개발과제 사업화 및 기술이전’ 등 다양한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기업들은 이에따라 다양한 민간 R&D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간기업은 국정과제로 추진중인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의 핵심 주체란 점을 강조했다. 기업들은 주요 정책 방향으로 △연구개발 투자의 지속적 확대 △연구인력 지원 정책 강화 △부설연구소 질적 수준 제고 및 양적 지원 확대 △미래신기술과 전통 주력기술·산업 조화 △글로벌 연구개발체제 구축 등을 꼽았다. 중소기업들은 특히 연구비 세액공제,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병역특례 배정 확대 등 산업기술개발 지원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중배 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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