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브랜드 경쟁력 멀었다"

 내년에 도래할 2000억달러 수출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평균 브랜드 경쟁력은 겨우 낙제를 면하는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해외소비자들은 한국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우리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수출의 질적 성장을 위해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KOTRA는 최근 99개 해외무역관을 통해 해외소비자 3173명을 대상으로 우리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해외 소비자들이 본 우리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상품 구매동기=응답자의 69%가 우리 상품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 대부분(73%)이 가격 또는 품질 때문에 우리 상품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브랜드 때문에 우리 상품을 구매한다는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CIS지역과 아시아·대양주에서는 각각 52%와 50%가 품질 때문에 한국상품을 구매한다고 밝힌 반면 일본에서는 80%가 저가 때문에 구매한다고 대답했다. 유럽에서도 저가 응답률이 53%로 나타나 우리 상품은 개도국 시장에서는 가격대비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여전히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브랜드이미지 평점 62.1점=한국상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43%가 ‘가격에 비해 높은 품질’이라고 답해 이제 우리 상품이 과거의 ‘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소니’ ‘코카콜라’ 등 톱 브랜드의 평점을 100으로 했을 때의 평점은 62.1에 불과해, 여전히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우리 제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곧바로 브랜드 이미지로 전이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국산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우리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브랜드 이미지로 정착시킬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 브랜드 인지도 세계 4위=인지 브랜드를 모두 답하라는 질문에 ‘소니’가 24%로 가장 많았다. 펩시(11%), 코카콜라(9%), 삼성(8%), 노키아(7%), 맥도날드(7%) 등이 그뒤를 이었다. ‘삼성’ 이외의 국산 브랜드는 ‘LG’의 인지도가 3%로 삼성의 뒤를 이었으며, ‘현대’(1.6%), ‘쌍용’(0.3%), ‘기아’(0.1%) 등으로 나타났다. 삼성이 세계 톱 글로벌 브랜드 4위에 오른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국산 브랜드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적 메시지다.

 ◇휴대폰·에어컨·VCR·TV 브랜드 인지도는 세계 수준=주력수출품 중 휴대폰과 승용차 등 최종소비재 8종의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휴대폰·에어컨·VCR·TV 브랜드 인지도는 세계 최고수준으로 나타난 반면 승용차·노트북PC·캠코더·카메라 브랜드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휴대폰 분야에서 ‘삼성’의 인지도도 48%로 노키아에 이어 2위, 에어컨은 ‘LG’가 24%, ‘삼성’이 12%로 1·2위를 석권했다. VCR 분야에서는 ‘소니’가 인지도 57%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지만, ‘삼성’ (22%), ‘LG’(12%)가 각각 3위, 5위를 차지해 전반적으로 국산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TV분야에서는 ‘소니’(55%)에 이어 ‘삼성’(28%), ‘LG’(19%), ‘대우’(1%) 등으로 나타나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국산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제=수출 2000억달러시대를 맞아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서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의 질적 향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이번조사 결과 우리 상품은 세계시장에서 개도국에게는 가격경쟁력에서 뒤지고 선진국에 비해서는 브랜드경쟁력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개도국에서는 국산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도록 하고, 선진국에서는 기존 유명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기 보다는 TV 등 홍보매체를 적극 활용해 우리만의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