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산업별 결산](2)디지털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 순항

 ◇가전부문=올해 가전시장은 전체적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15∼20%대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내수는 극심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다. 국내 가전업체들의 최대 승부처인 에어컨 부문이 올해 서늘한 여름날씨로 인해 대폭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으로 내수 매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시 생활가전 부문에서 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그러나 평면TV 등 프리미엄급에서는 오히려 큰폭의 신장세를 기록,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LG전자가 자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컬러TV의 내수는 올해 284만대로 지난해에 비해 7.1% 가량 감소한 반면 프로젝션TV와 PDP TV는 각각 66.6%·118.7% 성장했다. 디지털TV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델이나 HP같은 PC업체들도 디지털TV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삼성전자·LG전자 등에 OEM 의사를 타진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레전자·휴맥스 등도 디지털TV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냉장고에서도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서도 양문 여닫이형 프리미엄 제품은 수요가 10%가량 늘었으며, 세탁기 중에서도 드럼세탁기는 지난해에 비해 100%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정보기기부문=국내 PC시장은 지난 2001년 이래 3년 연속 시장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보컴퓨터는 올해 PC시장 규모를 전년대비 9.7% 하락한 260만대 규모로 추정했으며 시장 조사기관인 IDC코리아 등도 1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감소함에 따라 PC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출혈 경쟁으로 인해 올해만 나래해커스, 로직스컴퓨터 등이 부도가 나거나 사업을 포기했다.

 데스크톱 PC와는 달리 노트북 PC는 지난해 대비 2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여 국내 PC시장이 노트북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 구도도 삼성전자·삼보 등 2강 체제에서 삼성전자가 1강으로 부상하고 삼보컴퓨터·한국HP·LGIBM 등이 2위를 타투는 1강 3중체제로 변화됐다.

 국내 모니터 시장은 올해 처음으로 LCD모니터가 CRT모니터를 초월했다. 올해 예상판매량은 LCD 모니터 180만대, CRT모니터 120만대로 LCD모니터 비중이 60%에 달할 전망이다.

 ◇부품부문=세계 최강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D램 분야는 지난해 154억6200만달러에서 올해 173억2200만달러로 12% 가량 성장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전체시장 중 42.6%를 점유, 올해도 1위를 지속했다. 특히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메모리 사업호조에 따라 만년 1위를 지켜오던 인텔을 따돌리고 지난 3분기부터 따돌리고 세계 1위에 등극하는 역사적인 사건도 이뤄냈다.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고의 실적을 거둔 한해로 평가된다. LG필립스LCD, 삼성전자 등은 올해 매출이 각각 6조원으로 추정되며 영업이익은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 모두 5세대 라인 가동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5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만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였다.

 PDP의 경우에도 삼성SDI가 생산능력으로는 세계 1위에 올라서고 LG전자 역시 생산량이 급증하는 등 선두 도약의 기반을 구축했다.

 올해 부품·소재 산업은 사스(SARS)·경기회복 지연 등 여파로 상반기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나 하반기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IT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LCD와 핸드폰 등 전방 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부품·소재 업체의 매출 회복을 견인했다.

 특히 올해 카메라폰이 신성장 동력으로 부각, CMOS·렌즈·카메라모듈·연성기판 등 관련 부품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며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LCD모듈 증설에 나서면서 BLU·도광판·램프·전원공급장치 등 부품소재업체도 매출이 덩달아 올랐다.

 또 전자소재산업의 시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됨에 따라 코오롱·제일모직·LG화학 등 대기업이 이를 강화했으며 제이에스알·스미토모·닛산화학 등 일본 전자소재 업체들이 한국에 현지 거점을 두거나 증설에 나섰다.

 ◇산전부문=국내 설비투자의 미진과 경기침체의 악재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부 특정품목을 제외하고 10% 내외의 생산감소가 예상된다.

전기·전력업계는 국내 건설경기의 침체와 전력산업의 성장 정체와 맞물려 20∼30%대의 높은 생산하락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전력IT화를 기치로 한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있다. 케이디파워는 기존 수배전반에 디스플레이, 통신기기 등 각종 IT요소를 결합, ‘지능형 수배전반’을 탄생시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어 올해 경영목표를 초과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전력시장의 민영화와 맞물려 내년에도 전력IT화는 국내 전기·전력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디지털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