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참여정부 문화산업 정책 비전 보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있다.
17일 열린 ‘참여정부 문화산업 정책비전 보고회’는 21세기 ‘신 산업의 쌀’로 규정하고 있는 콘텐츠산업에 대한 최초의 청와대 단일보고회라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문화산업계 인사뿐 아니라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 차관과 재계, 학계, 관계의 주요 인사 200여명이 참석, 문화산업 발전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21세기는 콘텐츠의 세기=이창동 문화부장관은 이날 보고에서 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문화산업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문화전쟁’이 시작됐으며 우리나라 문화산업은 도약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고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문화산업진흥의 근간이 되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전면 개편하고 게임산업진흥법, 음악산업진흥법, 광고진흥법 등 장르별 특성을 반영한 부문별 진흥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청와대 내에 문화산업 관련 전담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건의해 귀추가 주목된다. 현 문화산업진흥위원회도 확대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정책추진과제로 창조적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문화산업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고 게임·문화콘텐츠 사이버대학을 확대 운영키로 했으며 문화산업기술(CT)개발연구소 설립도 추진키로 했다.
또 투자확대 및 유통환경 개선을 위해 문화산업 투자금융서비스센터를 구축하고 문화산업진흥기금 융자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장르별로 특화된 10개 지역의 클러스터를 더욱 활성화시켜 평균 20개인 클러스터 내 기업 수를 내년에는 평균 100개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 문화콘텐츠 교류·전시 행사를 개최해 아시아 문화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전경련도 문화산업에 관심=이날 보고회에서 특별히 관심을 끈 것은 전경련이 재계대표로 참석해 문화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문화산업강국 실현을 위한 정책개선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엔터테인먼트회사로 변신한 일본 소니와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산업부회’를 발족시킨 일본 경단련의 예를 들며 재계가 문화산업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화산업에 대한 원활한 투자환경조성의 일환으로 문화산업완성보증보험을 설립하고 문화콘텐츠제작용 수입기자재에 대한 특별소비세 감면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화산업 성공사례 발표=이어진 문화산업 성공사례 발표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2003년 1571억원의 매출을 올린 ‘리니지’가 전세계 총 등록계정수 5143만개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올렸을 뿐 아니라 ‘리니지’를 하기 위해 아시아청소년들이 한국말을 배우는 등 사회·문화적 파급효과도 적지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은 문화적 창의력이 결합된 하나의 예술”이라며 영등위의 심의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는 ‘살인의 추억’의 부가가치가 중형차 2800대의 생산과 비슷하다고 전제하고 스크린쿼터 제도가 성공의 주요 요인이 됐다고 말했으며 한세민 SM엔터테인먼트 기획이사도 ‘보아’가 1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도 심어줬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 산업현장 인사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캐릭터 마시마로로 유명한 씨엘코 엔터테인먼트의 최승호 사장은 라이선싱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캐릭터업체들이 불법복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후 업계 관계자들은 달라진 문화산업의 위상을 느꼈다는 분위기였으며 정부의 문화산업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