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17일 금융사업 포기를 공식화하고, 8000억원 상당의 LG카드 회사채의 상당부분을 LG 개인대주주 및 ㈜LG가 인수토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회사채 인수를 둘러싼 시장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LG카드 회사채를 인수할 자금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LG전자와 LG화학으로 좁혀지는 상황에서 이들 회사의 신뢰도 추락을 막고 동시에 시기적절한 카드채의 시장유통이 함께 이뤄지기 위한 그룹측의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결국 LG는 전날 채권단과 합의한대로 LG카드 주식에 대한 처분권 및 의결권을 주채권은행에 위임해 LG카드를 연내에 계열분리한 뒤 인수금융기관으로부터 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받는 동시에 LG카드 회사채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우선 계열분리한 뒤 1조원을 지원받아 독자생존 기반을 구축하게 되면 LG카드 회사채에 대한 불안요인이 사라지고 자연히 계열사들의 카드채 인수 작업도 시장질서에 따라 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LG 계열사들의 LG카드 회사채 인수가 그룹측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아직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단 회사채의 상당부분을 LG 개인대주주와 지주회사인 ㈜LG가 인수한다고 하지만 나머지계열사들의 지원방법과 규모 등이 전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맏형격인 LG전자는 시장과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 LG카드 회사채를 인수하는 등의 직접 지원은 전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LG화학도 불안요인이 완전 배제되지 않은 LG카드를 섣불리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LG카드 회사채를 직접 인수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가지 금융기법 등을 동원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은 모색해 볼 수 있다”고 말해 계열사들의 ‘십시일반’식 지원에 대해 그룹측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이와관련 LG측은 계열사들의 회사채 인수에 앞서 연내 계열분리를 먼저 하는 것은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어떤 형태의 간접지원이든 부실에서 탈피하지 못한 LG카드 지원은 여전히 계열사의 신뢰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쨌든 LG그룹은 이날 금융사 포기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LG카드와 LG증권의 일괄 매각으로 연내 금융업종의 계열분리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이에따라 지난 73년 전신인 국제증권 설립 이후 30년만에 금융계열사 없이 그룹을 운영하게 됐으며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또 올해초 62조원에 달하던 그룹 자산규모가 지난달 LG전선 등 4개사 계열분리 후 57조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다시 54조원까지 줄어들게 되며 계열사수도 45개에서 43개로 감소, 그룹의 전반적인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상희 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