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 e비즈니스학과 김 교수.
김 교수는 지난 2학기를 앞두고 개설한 전사적자원관리(ERP)과목 강의계획을 짜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경험이 있다. ERP수업을 위해서는 실습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적당한 프로그램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ERP솔루션 업체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기업용 제품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또한 스펙이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해서 실습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론을 위주로 강의하고 실습은 교재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대체키로 했다.
이같은 사례는 국내 e비즈니스 교육의 한 단면을 가정해 본 것이지만 상당수 학계 관계자들은 실상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e비즈니스 교육의 치명적인 애로점이 내년에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한국무역정보통신·더존디지털웨에·연세대·광운대 등 산·학과 공동으로 이론과 실습을 겸비할 수 있는 교육용 e비즈니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년부터 대학과 기업에 제공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한 교육용 프로그램은 △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e마켓플레이스 △전자무역 등 5종류.
ERP프로그램은 회계·영업·구매·수출·인사·급여 등 총 18개 모듈로 구성돼 있다. ERP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적 이해와 함께 국내에 출시돼 있는 ‘톱ERP’ ‘더존ERP’ ‘창해ERP’ 등의 기본 툴을 직접 이해하며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CRM프로그램은 7개의 이론강의와 7개의 실습강의로 구성돼 있다. SAP·소프트파워·NCR 등 대표적인 CRM업체의 솔루션을 직접 접해볼 수 있도록 구현했다. SCM 프로그램은 eSCM 이론, eSCM 강의노트, eSCM 용어집 등의 교재와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인터넷 EDI시스템과 e프로큐어먼트시스템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함께 세정·페덱스·포드자동차 등 국내외 기업의 SCM 사례를 담고 있다. 전자무역용 프로그램은 무역용 전자문서의 작성부터 외환, 운송, 보험, 통관 등을 온라인상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성. 특히 프로그램내에 가상응답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쌍방향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 e마켓플레이스 프로그램에는 웹프로그래밍 능력과 함께 데이터베이스 구축, e마켓플레이스 설계 및 구축, ERP와 연동 등을 이론과 함께 실습할 수 있다.
이번 교육용 프로그램 개발이 우리나라 e비즈니스 교육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를 통해 대학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환경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전망이다.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광운대 심상렬 교수는 “기업용 솔루션으로 실습할 경우 여러 한계에 직면하곤 한다”며 “이번에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원하는 내용을 좀더 편하고 쉽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