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IT주 "쉬었다 갈까"

외국인 삼성전자 3500억 매도 공세

 ‘IT모멘텀 회복 언제쯤 가능할까.’

 최근 미국 다우와 나스닥간 차별화 장세가 지속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큰 폭 하락하면서 그동안 국내 증시를 견인했던 IT모멘텀이 현저하게 약화되고 있다. 여기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LG카드 문제가 겹쳐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IT보다는 비IT부문에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미국 주요 I 기업들의 예비 실적 발표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관련종목들이 반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동원증권은 IT종목들의 반등 시점이 이르면 내주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주부터 발표되는 주요 기업들의 4분기 예상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할 전망인데다 인텔의 4분기 매출 조정 이후 나스닥이 기간 조정을 끝내고 산타랠리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세중 연구원은 “이번 주말로 다가온 쿼드러풀 데이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확률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미국 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보인데다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 역시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IT업종을 견인해온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문제와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자사주 매입후 외국인들이 35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자사주 매입 규모의 70% 정도를 넘어서면 외국인 매도세는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도 기업들의 4분기 예상 실적이 전분기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나스닥 약세 분위기는 내주를 기점으로 반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나스닥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수출 IT종목과 낙폭 과대 IT종목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바람직스럽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IT종목의 반등 시점에 대해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오현석 연구원은 “이달들어 다우 지수가 3.7% 이상 상승하는 데 반해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각각 마이너스 2%와 마이너스 10% 가량 하락한 것은 IT기업들의 벨류에이션 자체가 높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라며 “미국 IT기업들의 4분기 예비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어느 정도 부합하느냐에 따라 관련종목들의 재반등 시도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 연구원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설비 가동률, 재고 현황 등 제반 지표가 양호하기때문에 중장기적으로 IT종목들의 시장 전망이 밝은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 상반기 이익 전망의 상향 조정 여부가 IT종목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선회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 연구원은 또 삼성전자 등 IT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활발하지만 △아시아 시장의 벨류에이션이 여전히 매력적이고 △채권에서 주식으로 진행되는 자산 재분배가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달러화 약세 전망이 높아지면서 비달러화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강화돼 외국인들의 아시아 시장 이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김지환 팀장은 “기본적으로 내년 1분기까지 반도체 등 IT부문의 비수기가 이어진다는 점에선 부정적이지만 플래시 메모리·PDP 등 호황세가 지속되면서 내년 상반기 내에 관련 업종의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며 “IT모멘텀 약화가 더 심각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릿지증권의 박관식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세 약화가 IT는 물론 시장 전체적인 분위기 반전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재 6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고 있는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의 상승 전환시점이 IT군 재부각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