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북 국제박람회 유치 과열경쟁

이웃사촌간 `돈잔치` 우려

 2010 여수 세계박람회가 상하이에 자리를 내준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광주시와 전남·전북도가 잇따라 향후 국제적인 박람회(EXPO) 개최를 추진,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과 함께 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행사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관련업계는 범국가적으로 계획되고 추진해야 하는 중대사안이 시·도간 조율조차 없이 진행되고 있어 자칫 돈만 들인 집안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 추진실태=광주시는 광주 광산업의 세계적인 도약을 위해 세계박람회기구(BIE)가 공인하는 국제광산업 박람회를 오는 2012년 개최할 계획이다. 전남도도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전에 재도전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전북도가 2007년 세계물류박람회 개최를 선언하고 준비에 착수했다. 광주시는 광산업 발전을 위해 광산업 박람회 유치가 필수적이라며 정부에 유치지원을 건의했다.

 전남도도 경남도·제주도 등 3개 광역단체와 협의를 거쳐 2012년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겠다며 최근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했다. 전북도는 새만금·군장지구에 세계 최대의 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2007년 세계물류박람회 개최를 위한 추진단 구성과 인프라 구축 활동에 들어갔다.

 ◇문제점=특히 광주시와 전남도는 2012년에 나란히 박람회를 유치할 계획이다. 더욱이 뒤늦게 전북도가 세계물류박람회 유치전에 나서면서 이미 지난해부터 비슷한 행사를 기획해 온 전남도와 유치전 경합에 나서게 됐다. 이들 지자체의 유치전이 성사된다면 5년 차이를 두고 인접한 두 곳에서 같은 성격의 박람회가 열리고 같은해에 연이어 국제규모의 박람회가 열리며 실패한다면 비용과 시간을 날리게 된다.

 해외전시회 전문 M사 한모 사장은 “BIE가 인정하는 박람회는 중앙정부차원에서 5∼10년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유치가 힘들다”며 “더욱이 한 나라에서 같은해 두번 또는 몇년차를 두고 열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광산업체 관계자조차도 “지역 광산업체의 성장속도나 인프라 구축 등을 감안해 볼 때 국제광산업박람회는 시기상조”라며 “외형적인 행사보다는 업체의 안정적인 성장 등 내실있는 지원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할 정도다.

 ◇대책은 없나=산업계에서는 지난해 전남도가 2010세계박람회 유치전에서 패해 중국 상하이에 주최권을 넘겨준 전례를 교훈삼아 범정부차원에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산자부도 “최근 박람회를 개최하겠다는 도시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가차원의 현안인 만큼 특정 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 시·도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차원의 일이라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향배는 오리무중이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