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통합(SI) 시장에는 중소 전문업체들이 뛰어넘기 어려운 벽이 있다. 정부기관을 상대로 하는 공공부문 시장은 더욱 그렇다. 아무리 전문 솔루션으로 무장한 중소기업이라도 대형 SI업체의 큰 덩치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웬 만한 규모 이상의 공공 프로젝트는 몇몇 대형 업체들만의 몫이다.
이같은 냉엄한 현실 속에서 조그만 중소업체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그래서 국내 전문 SI업체들 대부분이 대형 업체의 하청업체라는 표현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중소 전문 업체들은 점차 자신들만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
솔리데오시스템즈(대표 김숙희 http://www.solideos.com)도 50여명의 직원에 매출 60억원대에 불과한 중소 SI업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일반적인 중소 SI업체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들에게는 자신들만의 분명한 색깔과 목소리가 있다.
솔리데오시스템즈는 지난 99년 설립부터 줄곧 행정정보화 분야에만 매달려 왔다. 그래서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서울시, 고양시 등 이 회사의 고객 모두가 정부나 공공기관들이다. 그리고 이들 공공기관 대부분이 4∼5년 넘게 솔리데오시스템즈와 함께 정보화의 길을 걸어 온 단골 손님들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행정정보화 분야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건축행정정보시스템(AIS)의 1단계 개발 및 보급 사업부터 참여해 지금은 유지·보수 업무까지 맡고 있다. 강남구 민원행정정보시스템(STAR 프로젝트)도 정보화전략수립(ISP) 단계부터 솔리데오시스템즈의 손을 거쳐 전자정부 성공 모델로까지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 행정 환경에 맞는 표준 정보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솔리데오시스템즈의 목표다. 모든 공공기관에 동일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규모별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 활용할 수 있는 체계화된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솔리데오시스템즈가 국내 자치단체들이 관리하는 모든 형태의 CAD도면에 적용할 수 있는 아키뷰(ArchiView)와 중소형 규모에 적합한 데이터웨어하우스(DW) 툴인 이지다스(ez-DAS)를 자체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치단체의 정보화를 위해 공공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ISP 방법론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솔리데오시스템즈의 진정한 가치는 전문 솔루션과 같은 유형의 자산이 아니라 회사 내부의 전문인력들이다. 회사 설립 후 5년간 최소한 업무적인 이유로 회사를 떠난 직원은 한 명도 없다. 고객과 마찬가지로 솔리데오시스템즈와 한번 인연을 맺은 직원들은 이 곳에서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
솔리데오(Solideo)라는 이름처럼 작지만 강하고(Solid) 미래에 대한 꿈(Ideo)과 독창적인(Solo) 기술이 있는 이 회사의 저력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이같은 저력을 바탕으로 솔리데오시스템즈는 지난 수십년간 관행처럼 굳어져 온 국내 SI시장의 높은 벽에 도전하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 인터뷰 - 김숙희 사장
“한국의 전자정부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행정정보화 전문업체가 없습니다.”
솔리데오시스템즈가 바로 그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 김숙희 사장(48)의 포부다. 단순 인력 공급이나 용역회사가 아니라 행정정보화 분야의 전문가들로 넘쳐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김 사장 본인도 우리나라 행정정보화의 역사와 함께 걸어 왔다. 22년간 서울시 전산직 공무원으로 일해온 그녀는 국내 최초로 각종 인허가 민원과 세외수입금 관리 업무를 완전 자동화한 ‘은평구 구정종합정보시스템’을 직접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 사장은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명절 때면 직원들로부터 세배도 받고 가끔씩은 키스 세례를 퍼붓기도 한다. “우리회사 직원들이 전문가로 인정받기 전에 최소한 월급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김 사장이 지켜온 신념이다.
“우리는 고객 만족을 넘어 우리 스스로가 만족해야 프로젝트를 완료합니다.”
우리나라 행정 환경에 맞는 표준 정보시스템을 만들어 국내 최초의 행정정보화 전문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김 사장의 포부가 결코 과장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