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노조와 광역시 소재 방송사들이 DTV 방송을 시행할 경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오늘 대대적인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다. 전송방식 논쟁이 최악의 상황까지 다다른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전송방식 논쟁이 정통부와 방송사 노조간의 ‘산업적 부흥 우선논리’ 대 ‘공익과 시청자의 권익 우선논리’로 비춰진다. 겉으로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이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양측의 속내를 들어보면 이는 표면적 논리에 불과하고, 진실은 따로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아니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정작 대다수 국민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다.
방송의 핵심은 플랫폼과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위성방송사업자가 대표적인 방송 플랫폼 사업자며,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대표적 콘텐츠 사업자다. 반면 지상파방송사의 경우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강의 방송사업자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다매체 다채널 방송시대에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세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앞으로는 지상파방송사의 플랫폼은 큰 의미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방송사는 앞으로 하나의 콘텐츠 사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상파방송사의 생존의 길은 무엇인가. 답은 명확하다. 새로운 플랫폼의 확보가 바로 그것이다. 지상파방송사가 이동수신을 끝까지 주장하는 이유가 고정수신은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 넘겨주더라도 이동수신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은 가져 가야 지상파방송사의 입지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이 지상파방송사의 반대로 미국방식에서 유럽방식으로 변경한 이유가 이것이며, 전송방식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한 인사의 속내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정통부도 산업적 부흥 우선논리보다는 전송방식 변경에 대한 지난 6년간의 정책착오의 책임추궁이 더욱 큰 부담인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진실보다는 이들이 국민들에게 이같은 속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