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코프`, 위성TV업체 디렉TV 인수

사진;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오른쪽)과 에디 하텐스타인 디렉TV 회장이 양사 합병 문제 검토를 위해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반독점위원회 청문회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

 세계 ‘미디어의 황제’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의 미국 위성TV 업체 디렉TV 인수 계획이 지난주 금요일(현지시각) 미국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음에 따라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코프는 숙원이던 미국 전역에 대한 방송 송출망 획득에 성공하면서 폭스뉴스 등 자사 인기 채널 및 콘텐츠를 위성TV의 양방향 서비스·고선명(HD)TV 등과 결합, 방송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미디어 대기업의 인수합병을 허가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고 언론의 다양성을 해쳤다”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잇따른 미디어 시장 규제 완화 조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드디어 인수=FCC는 19일(현지시각) 디렉TV의 모회사 휴즈일렉트로닉스의 지분 34%를 66억달러에 인수한다는 뉴스코프의 인수안을 최종 승인했다. 단 뉴스코프의 케이블 채널이나 스포츠 경기 중계 등의 방송권료를 케이블 업체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 제3자의 중재를 받도록 하는 조건을 달았다. 독자 방송망을 얻은 뉴스코프가 자사 프로그램을 받는 케이블 업체에 불공정 행위를 할 것을 우려해서다.

 뉴스코프는 지난 2000년부터 디렉TV 인수를 추진했으나 디렉TV가 경쟁 위성 업체 에코스타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지정하면서 인수전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FCC가 독점을 우려해 양사의 합병을 불허하면서 다시 인수에 나서 지난 4월 인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첨단 서비스로 시청자 잡는다=뉴스코프는 디렉TV 가입자 확보를 위해 새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뉴스코프는 HD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스타 찾기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투표, 스포츠 중계의 카메라 앵글 선택 등 각종 인터랙티브(양방향)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편리한 서비스 활용을 위해 표준 소프트웨어 패키지, 사용이 간편한 관련 기기 등을 보급하며 이를 위해 가입자에 대한 보조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또 오는 2006년까지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저장하고 원하는대로 되감거나 건너뛰며 볼 수 있는 개인용비디오리코더(PVR)를 100만명의 가입자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 방송 송출 능력 강화와 양방향·HD 서비스를 위해 위성 시설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한다. 전문가들은 디렉TV의 첨단 서비스 실험이 양방향 디지털TV 서비스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머독은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의 효과적 결합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 독점 우려=미디어 시장의 독점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이번 인수결정을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마이클 코프, 조나단 애덜스타인 FCC 위원은 이번 결정을 반대하며 “방송 수신료가 올라가고 경쟁을 해치며 언론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며 “소비자에게 아무 유익이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친미적 시각의 폭스뉴스, 네오콘의 애독지 ‘위클리 스탠더드’ 등 전반적으로 보수적 시각의 뉴스코프 매체들이 몸불리기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반면 마이클 파월 FCC 의장은 “뉴스코프는 혁신적 미디어 서비스 도입에 앞장선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번 인수로 위성TV와 케이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지역 방송 송출도 증가해 소비자들이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