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펀’
네오위즈의 모토가 정해지자 전 직원들은 바빠졌다. 2001년 4월이었다. ‘아바타(사이버 분신)’는 이제 수익성을 검증받았다고 자체적으로도 판단을 내렸다. 매월 아바타를 통한 매출만 10억원 이상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문제였다. 어떤 수익 모델이 뒤를 이어 회사를 성장시킬 것인가. 닷컴 비즈니스는 ‘냄비’에 비유된다. 순식간에 타올랐다 어느새 가라앉는다. 꾸준히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은 과연 뭘까. 그즈음 늘 물고 늘어지던 고민이었다.
비즈니스 모델은 일종의 교감이다. 커뮤니티 사업을 하는 사업체라면 응당 그곳을 방문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사이버 폴(Poll)을 실시했다. “아바타 외에 세이클럽에서 어떤 서비스를 더 받고 싶은가?” 세이클럽을 방문하는 수백만의 네티즌들이 스스로 원하는 ‘디지털 펀’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게임’이라는 답변이 90% 이상 압도적으로 몰렸다.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다.” 처음으로 ‘백지’ 투자 자격도 부여했다. 회사 사활을 건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라는 간접 선언이었던 셈이다.
이때부터 파트너 물색이 본궤도에 올랐다. TF팀 업무에 탄력도 붙었다. 인수를 위해 미팅을 가진 업체수는 하루 평균 3∼4개사에 달할 정도였다. 밤샘도 밥먹듯이 이뤄졌다. 회사 재무구조 분석은 물론 인력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정이 진행됐다.
결국 최후의 후보는 엠큐브. 당시 업력은 1년 정도의 새내기였다. 네오위즈와는 인연이 깊었다. 세이클럽에 이미 스핀런 게임을 공급해 기술력을 인정 받은 상황이었다. 전체 직원 27명 중 70%가 개발인력이라는 것도 매력이었다. 게다가 네오위즈 문화와 코드가 딱 맞는다는 판단도 비중있게 작용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투자결정은 쉽지 않았다. 네오위즈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붇는 일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며칠간의 장고 끝에 엠큐브와 함께 하기로 최종 결론이 났다. 엠큐브 측에서도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당시 내가 택한 설득 방법은 소주한잔. 마음을 터놓고 서로의 꿈과 가고자 하는 바에 대한 밤샘 토론이 있고서 엠큐브는 네오위즈와 한 배를 타기로 결정했다.아바타를 잇는 게임사업 ‘진입 작전’은 보기좋게 맞아 떨어졌다.
2002년 게임부문 매출이 꾸준히 급증했고 올해는 게임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섰다. 선택의 순간이란 늘 그렇다. 한쪽을 택하면 남은 쪽의 가치가 갑작스레 커져 보이는 법이다. 특히 CEO에겐 더욱 부담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 아니, 향후 회사 사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CEO는 영원히 ‘갈림길 인생’을 가야하는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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