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와 기업들이 온라인게임산업 진흥에 발벗고 나서 ‘세계 3대 게임강국’을 꿈꾸는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이 게임산업 육성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콘텐츠사업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개발기지를 자국 내에 두고 동북아 게임산업의 허브국가로 자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의 게임산업 진흥은 세계적인 국제전시회 개최와 게임아카데미 신설, 한국 온라인게임개발업체 인수 등 크게 3가지다.
국제 게임전시회는 내년 1월 16일 ‘차이나디지털엔터테인먼트 엑스포&콘퍼런스’가 포문을 연다.
중국 게임산업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는 시나닷컴, 나인닷컴, 소후, 샨다 등 중국 게임업체는 물론 노키아, 소니, 엔씨소프트, 유비소프트 등 세계 각국 90여개 업체가 참가할 예정으로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대형 전시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게임전은 처음 열리는 국제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굴지의 업체들이 참가하는 반면 한국에서 개최되는 게임전시회는 대부분 소수 국내업체만 참여하는 안방잔치에 그쳐 한국이 게임산업의 동북아 허브 역할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정부는 또 자국내 게임개발력을 높이기 위해 게임아카데미를 내년 3월중 설립할 계획이다.
상하이에 설립될 게임아카데미는 중국내 게임개발업체를 지원하고 인력양성을 통해 점진적으로 한국에 의존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자국 개발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문화부, 신식산업부, 출판국 공무원들이 올해만 10여 차례 내한해 게임아카데미를 방문했으며 커리큘럼, 교수진 섭외, 원격교육 등의 방법을 벤치마킹해 갔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우종식 본부장은 “중국이 게임개발에 대한 경험이 없어 주로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이 본격 개발에 나설 경우 한국 온라인게임업체들의 중국시장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업체의 인수 역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아직 확정단계에 이르지 않았지만 5∼6개 업체가 중국 게임업체와 자본투자에 대한 협의하고 있으며 2∼3개 업체와는 물밑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형태도 대형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개발력이 있는 신생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의 초기 집중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의 경우 이미 상품이 출시돼 시장성을 인정받은 업체들에 한해 투자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업체들은 신생업체의 게임개발 기획단계부터 투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리고 있다. 이 경우 지분확보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개발의 핵심인 소스코드까지 확보할 수 있어 자본이득과 함께 게임개발기지의 중국 이전을 노리고 있다.
온라인게임산업을 연구하고 있는 중앙대 위정현 교수는 “게임산업이 유망산업으로 떠오르자 우리나라는 정부부처와 게임단체들의 이기주의로 군소 전시회만 난립하는 소모전이 전개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게임산업 허브국을 노리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게임강국으로서 한국의 지위는 곧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